대선후보들 "원전 수출 반대"에 중기 협력사는 한숨만
부산에 있는 경성정기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로 매출이 50% 넘게 증가했다. 50명이던 직원 수도 100명을 넘어섰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및 증기발생기 내부 구조물을 생산하는 이 기업은 지난해 2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착실하게 성장해가고 있다.

한국전력의 ‘원전수출 1호’ UAE 원전은 건설 공사 186억달러(약 20조원), 60년간 발전소 위탁운영 매출이 494억달러에 달할 정도의 초대형 공사다. 덕분에 경성정기를 비롯한 국내 80여개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이 ‘낙수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엔 요즘 수심이 가득하다. 한국전력이 영국을 상대로 추진 중인 21조원 규모의 원전수출이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실제 주요 대선후보들은 앞다퉈 탈핵·탈원전을 공약으로 걸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한목소리로 신규 원전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유 후보는 이미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은 한전의 영국 원전 건설사업 수주를 겨냥해 “영국 원전사업 참여를 중단하라”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국내 500여개에 달하는 원전 관련 중소업체들은 정치권의 이 같은 동향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부응하고 원전 수출화를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열과 성을 쏟아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깐깐하기 짝이 없는 해외 전력당국의 호평도 받고 있다.

하지만 신규 원전 건설이 전면 중단되고 해외 수출길까지 막힐 경우 관련 업체들의 줄도산과 함께 수만명의 종사자가 바로 길바닥에 나앉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들어갈 계측기를 생산 중인 한 업체는 “대선후보들의 원전 중단 공약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새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갑자기 원전 건설을 중단해버리면 우리가 지난 수십년간 축적한 경험과 기술은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인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손질해야 할 공약 중에 원전 관련 공약도 포함되길 바랄 뿐이다.

공태윤 산업부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