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바닥에 찍힌 KONA가 뭐지?
4월2일 서울 잠실야구장. 2017 프로야구 첫 일요일 경기에서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가 맞붙었다. TV 중계 화면에는 1루수 옆 잔디바닥에 ‘KONA’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은 “KONA가 뭐냐”며 궁금해했다. KONA는 현대자동차가 올여름 출시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현대차는 첫 티저 광고 공간으로 잠실야구장을 택했다. 1루와 3루 사이 외곽 잔디바닥에 광고를 배치하는 방식인 ‘그라운드 페인팅’을 선보였다. 전광판이나 펜스광고보다 눈길을 끌기 좋은 곳이라고 판단했다.

야구장 마케팅 전쟁 ‘후끈’

야구장에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 유통·식품업계는 물론 이동통신업계도 뛰어들었다. 다른 스포츠보다 광고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야구 마케팅에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식품업체들이다. ‘야구의 단짝’이라 불리는 치킨과 피자 회사가 대표선수들이다. 1위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올해 잠실야구장과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 매장을 열었다. BBQ는 전국 7개 구장에 1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야구장 매장에서만 4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카페형 매장을 운영하던 bhc도 올해 잠실야구장에 7개 매장을 새로 냈다. 피자헛은 올해 잠실야구장에 ‘피자헛 익스프레스’를 열었다. 도미노피자는 2년 연속 한국프로야구 공식 후원사로 나섰다. 이외에도 빙그레, 농심, 한국야쿠르트, 동아오츠카, 오뚜기 등이 야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야구장 바닥에 찍힌 KONA가 뭐지?
프로야구 경제효과 2조원 육박

야구장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관중은 지난해 사상 처음 8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야구장 곳곳과 선수들의 유니폼까지 거대한 광고판이 됐다.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는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의 경제 효과가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계 효과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야구 인기와 함께 경기가 끝나도 효과가 지속되는 게 야구장에서 마케팅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각 스포츠 채널은 야구를 생중계한다. 또 중계한 모든 채널이 밤에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준다. 노출 효과가 그만큼 커진다. 야구의 특성도 있다. 축구나 농구처럼 계속 움직이지 않는다. 야구는 홈플레이트 근처에 화면이 가장 많이 머문다. 또 공수가 바뀔 때마다 카메라가 야구장 곳곳을 비추고, 관중도 다른 스포츠에 비해 훨씬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모든 공간이 광고판으로 활용된다.

SK텔, 인천문학구장에 5G체험장

통신회사들은 야구장을 기술 경쟁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인천문학구장에 대규모 5세대(5G)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SK구장 1루 측 외부 광장에 2800㎡ 규모의 초대형 테마파크 ‘5G 어드벤처’를 설치한 것. 1루 외야석에는 가상현실(VR) 기기로 경기장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360라이브 VR존도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도 ‘득점순간 돌려보기’와 ‘실시간 타자 대 투수 전력 비교’ 등 여섯 가지 핵심 기능이 담긴 ‘U+프로야구’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놨다.

이처럼 기업들이 뛰어들자 국내 프로야구 시장 규모는 4000억원대로 성장했다. 각 구단이 연평균 400억원 정도 지출하는데, 여기에 10을 곱한 규모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 비하면 90배가량 커졌다. 김도균 스포츠산업경영학회 부회장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로 활동한 기업의 광고 효과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며 “야구가 고수익을 올리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쇼비즈니스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