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훈련에 대회에 운동 마치면 자기 바쁜데 공부까지 한 반에서 10명을 제쳐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아들이 서울의 한 중학교 농구부원인 학부모 김모씨(47)는 “체육하는 자식 부모로 살기 참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체육특기자 선발 최저학력기준을 마련한다는 얘기에 대한 반응이다. 김씨는 “운동 뒷바라지에만 매년 거액이 드는데 이젠 학원까지 보내게 생겼다”며 “정유라 같은 입학비리는 대학들이 저질러놓고 왜 피해는 빚져 가면서 아이 키우는 서민이 당해야 하느냐”고 했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26일 내놓은 체육특기자제도 개선안에 학부모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학업 성적 70% 이내를 체육특기자 선발의 최저학력기준으로 적용하겠다는 게 개선안의 핵심이다. 학급당 학생을 30명으로 보면 21등, 현행 상대평가 내신 9등급으로 환산할 경우 5~6등급 안에 들어야 하는 수준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대학에 가는 2021학년부터 적용되는 개선안을 두고 학부모들은 “적용 시기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운동에만 집중하느라 기초가 부족한 현 중학교 2·3학년 학생들이 비상이다.

골프, 스케이트 등 개인종목 체육특기생 전형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연세대 방침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초등학생 딸을 골프 선수로 키우려고 준비 중인 학부모 이모씨(42)는 “한국 여자골퍼들이 국격을 높인다고 치켜세울 땐 언제고 ‘정유라 비리’가 터졌다고 개인 종목 특기자를 축소한다니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체육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장은 “(연세대·고려대 개선안의) 근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70%라는 기준이 충분한 검토를 거쳤는지 의문”이라며 “이 수치가 이상적으로는 옳다 해도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선수들이 공부하면서 운동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은 마련하지 않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