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물 주전자를 든 젊은 여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는 하르먼스 판 레인 렘브란트, 프란스 할스와 함께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인 17세기를 대표하는 세 명의 미술 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장식 그림이 널리 유행하던 당시, 페르메이르도 역사화에서 풍속화로 방향을 바꿔 서민들의 삶을 세세하게 묘사했다.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작품 30여점만을 남긴 그는 사후 200년간 잊혀진 존재였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미술비평가 토레 뷔르거에게 재발견돼 비로소 위대한 화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660~1662년 사이에 완성된 이 그림은 창문을 살짝 여는 여인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포착한 풍속화의 걸작이다. 무게감을 잡아주는 테이블과 그 위 물 주전자,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여인까지 완벽한 구도를 갖췄다. 창문 사이로 들이치는 햇빛은 여인이 쓴 흰색 리넨(아마사로 짠 직물) 모자에 흡수되면서 실내 정경을 신비롭게 바꿔놓는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고원법(高遠法)으로 여인의 표정을 잡아내 시각적 청량감을 더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