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해양이 하반기에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선박 건조 능력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더 이상 자금을 추가 지원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이 같은 마지막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다. 채권단은 성동조선은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해 규모가 작고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대우조선 같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단독] 성동조선 마지막 자구안 인건비 줄여 회생 추진
◆올 하반기 본격 다운사이징

23일 채권단에 따르면 성동조선은 1460명의 직원을 하반기에 상당폭 줄이는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무급휴직 등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선박 건조능력도 종전 24척에서 14~18척 수준으로 줄인다. 경남 통영 조선소 내 1야드는 오는 6월 폐쇄하고 2야드도 4개 선대로 운영하던 것을 2개로 축소한다. 1야드 폐쇄 시 절감되는 관리비용만 최소 1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단독] 성동조선 마지막 자구안 인건비 줄여 회생 추진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사진)은 “추가 자금 투입이 없는 상황에서 성동조선이 살아남으려면 자체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일감(수주잔량)이 없기 때문에 조선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는 원가 수준에서라도 수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선 인력을 줄이고 선박 건조 능력을 축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운사이징 작업은 연내 순차적으로 할 방침이다. 지난 2월 유급휴직(501명)을 시행한 데 이어 8~10월 무급휴직에 나설 예정이다. 퇴직 권고는 10월 이후로 계획하고 있다. 10월 중순 이후엔 일감이 없어 유휴인력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빛 못 본 채권단 지원사격

채권단은 2010년 4월 성동조선과 자율협약을 맺은 뒤 수차례에 걸쳐 자금을 지원했다. 2010년 5000억원을 시작으로 총 2조7000억원이 성동조선에 투입됐다. 2015년에는 성동조선이 삼성중공업과 경영협약을 맺는 기회도 마련해줬다. 삼성중공업 기술지원단 15명이 성동조선으로 파견 가 설계 생산 공법 개선을 도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올린 성과는 거의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 체질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데 공을 들였지만 업황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지난해 수주만 계획대로 이뤄졌다면 이 정도 위기까지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성동조선과 삼성중공업이 공동 수주 프로젝트 15건을 추진한 것도 끝내 무산됐다.

채권단은 성동조선이 올해 다운사이징을 한 이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회의적이다. 이번 다운사이징은 ‘급한 불을 끄는 정도’라는 게 채권단의 분석이다. 당분간 조선업 업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 지난해 2009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이익(392억원)을 냈지만 안도할 수 없는 이유다. 영업이익을 낸 것도 자산 매각 등 사업 외부 요인이 컸다.

이대로면 한때 세계 8위 조선사(2008년)였던 성동조선은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많다. 채권단에선 “다운사이징만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가 내년”이라며 “2019년엔 자금 부족으로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