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외교관 아들이 절도 범죄를 저지르고도 면책특권으로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0일 오후 10시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직원 아들인 F군(18)을 긴급 체포했지만 네 시간 만에 석방했다고 23일 밝혔다.

F군은 9일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다른 남성의 웃옷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당시 피해자 신고로 출동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사건 현장에 있는 폐쇄회로TV(CCTV) 화면을 분석하고 탐문 수사를 벌여 10여일 만에 클럽 인근에 모습을 드러낸 F군을 체포했다.

F군 측은 외교관 가족임을 증명하는 문건을 제출하고 면책특권을 주장했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에 따르면 외교관과 외교관 가족은 접수국(외교관이 머무르는 나라)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체포·구금되지 않는다. 또 직무에 관한 민사·행정소송관할권과 형사소송관할권에서도 제외되고 외교 관례상 송환돼 본국에서 재판받는다. 경찰은 F군을 입건하지 않았고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서울 서부지검에 송치할 계획이다.

주한 외교관과 자녀가 면책특권으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주한 파푸아뉴기니대사관 외교관은 올해 2월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용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면책특권을 내세워 귀국했다. 지난해 9월에는 주한 미국대사관 외교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붙잡혔다가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