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찍을까 > 한 시민이 20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 집 울타리에 붙여진 대선후보 15명의 선거벽보를 걸어가면서 바라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누구를 찍을까 > 한 시민이 20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 집 울타리에 붙여진 대선후보 15명의 선거벽보를 걸어가면서 바라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북한은 우리의 주적(主敵)인가’를 둘러싼 논란이 ‘5·9 장미대선’의 메가톤급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북한을 주적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벌인 공방이 도화선이 됐다. 20일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가세했다. 안·홍·유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의 안보관을 문제삼아 ‘협공’하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북한 주적 놓고 공방전 가열

[대선 D-18] 15년 만에 불거진 '주적 이슈'…대선판 흔드는 변수 되나
유 후보는 이날도 문 후보를 겨냥해 공세를 펼쳤다. 유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주적을 주적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후보를 과연 대통령으로 뽑아서 되겠느냐”며 “문 후보가 제대로 된 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은 북한을 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이 얘기했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북정책에 관한 모든 것을 김정은과 협조하고 김정은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도 이날 “지금은 남북 대치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거들었다. 문 후보도 반격에 나섰다. 문 후보는 이날 “대통령으로서 북한을 공개적으로 주적이라고 밝히는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잘 모르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 “국방백서에도 북한을 주적으로 주장하는 규정은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적 개념이 대선 이슈로 떠오른 것은 2002년 16대 대선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정치·외교적으로 주적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고 군 내부에선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반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주적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방백서 ‘주적’ 표현 있나?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국방백서에는 ‘주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주적 개념은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등장했다. 남북 특사 교환을 위해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2004년 국방백서에서부터 주적 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 배치 등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기술했다. 2006년 국방백서는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2008년 국방백서는 “북한의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공식 문서에 (주적이라고) 나온다”고 한 유 후보의 전날 토론회 발언은 실제와 차이가 있다.

다만 2010년부터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표현은 2016년 국방백서에도 들어 있다. 주적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주적과 같은 뜻인가’라는 질문에 “표현 그대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다”고 답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