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총장'과학의 날'인터뷰 "보유 기술 상용화로 세계 10위 과학기술 특성화대 될 것"
“대학이 보유한 핵심 ‘연구 브랜드’를 상품화해 2040년까지 100억달러의 발전기금을 마련하고 세계 10위권의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정무영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총장(사진)은 ‘과학의 날’(21일)을 하루 앞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발전기금 목표액이 너무 커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도 있지만 대표 연구 브랜드가 하나당 1조원 상당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탄소나노재료 등 대학이 보유한 원천기술을 태광금속 등 부산지역 중소기업에 이전하는 협약을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체결했다.

정 총장은 “하버드대 40조원, 예일대 28조원, 스탠퍼드대 26조원 등 미국 대학의 발전기금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국내 대학도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려면 순위에만 신경 쓰지 말고 자립 기반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UNIST가 2009년 국립법인대학으로 출발해 개교 10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이렇게 중장기 대학 자립화 선언을 한 건 대학의 연구 인프라와 연구 기술력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UNIST는 지난해 10월 7만㎡ 부지에 연구시설 7개동, 부속시설 5개동 등 총 연면적 10만8988㎡ 규모의 첨단 연구시설을 준공했다. 국비 등 2000여억원이 투입된 이곳에는 나노소자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수준의 슈퍼클린룸과 100여명이 동시에 클라우드 기반의 PC를 사용해 학습할 수 있는 교육실이 갖춰져 있다.

UNIST는 지난해 해외 유명 과학저널인 네이처가 선정한 ‘2016 네이처 인덱스 라이징 스타’에 국내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연구 분야의 질적 우수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HCP(논문 피인용)’ 비율에서도 국내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정 총장은 상품화가 가능한 연구 브랜드로 해수전지, 멀티타깃 치매 치료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리튬2차전지, 초고속 음속열차 ‘하이퍼루프’, 이산화탄소 활용 디젤 생산 등 13개 과제를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전 세계 파급 효과가 높은가,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뒀다.

바닷물을 이용해 대용량의 전력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해수전지 기술은 상용화되면 세계적으로 47조원 규모의 신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전력과 동서발전으로부터 2019년까지 연구비 5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알츠하이머병의 다양한 원인을 맞춤형 분자로 모두 해결하는 멀티타깃 치매치료제는 노바티스와 사노피 등 세계적인 제약사에서 강력한 치매 치료제 후보로 주목하고 있다. 그는 “교수와 연구진이 사업화에 성공하면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급 계획도 갖고 있다”며 “교수들이 억만장자가 되는 게 바로 UNIST가 추구하는 창조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미국 UC버클리에 투자를 유치하는 업무를 담당할 ‘UNIST 글로벌 혁신 캠퍼스’를 설치하는 등 기술의 해외 시장 진출 기반도 구축했다. 세계 경제계 주요 인사를 초청해 오는 9월 4차 산업혁명과 울산의 미래를 논의하는 ‘다보스 울산포럼’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

정 총장은 “자립 연구기반을 갖추고 고부가 국부를 창출해 국민에게 진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