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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마장동 원가 얼마인지 아세요

입력 2017-04-20 15:05:40 | 수정 2017-04-21 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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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붙어있는 가격표, 그리고 공공기관들이 제공하는 시세가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마장동 축산물 도매시장의 진짜 가격을 식당점주 등 실제 육류 사용자들에게 알려주자는 생각이 사업의 아이디어였습니다.”(김기봉 글로벌네트웍스 대표)

축산물 유통 시장에는 크게 세 종류의 주체가 있다. 원래의 생산자나 수입자, 여러 단계의 중간 유통상, 그리고 식당과 정육점 등 B2B 단계의 최종 수요자다. 축산물 B2B 전문 오픈마켓 '미트박스'를 창업한 김기봉 글로벌네트웍스 대표(47)는 LG유통(GS리테일)과 아워홈의 축산MD를 10년간 하며 중간 유통업자 역할을 경험했고, 회사를 나온 후에는 미스터보쌈 등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기업 푸디아를 창업해 최종 수요자도 해봤다.

그런데 너무 이상했다. 중간 유통업자가 알고 있는 가격과 최종 수요자가 실제로 고기를 구매하는 가격이 너무 달랐다. 중간 유통 단계가 몇 단계인지, 단계 별로 얼마나 마진이 붙어 공급 가격이 나왔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유통업자들의 카르텔은 생각보다 엄격했다. 원 수입상들이 몰려있는 마장동에 가서 직접 가격을 물어야 유통 단계가 처음 시작될 때의 가격을 아는 정도였다. '중간 유통 단계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아예 없애버릴 순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북대 동기이자 게임회사 웹젠에서 일했던 IT 전문가 서영직 대표와 의기 투합했다. '올드 인더스트리'인 축산업에 IT를 입혀보자는 김 대표의 제안에 서 대표도 흔쾌히 수락했다. 김 대표와 서 대표는 2014년 그렇게 미트박스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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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동의 원가를 우리가 알려드릴게요

-미트박스의 핵심은 정확한 가격정보인 것 같다. 어떤 식으로 가격을 파악하나?

“지금은 거의 주식시장처럼 돌아간다. 가격이 낮다 싶으면 구매자들이 몰린다. 그러면 가격이 오른다. 또 가격이 너무 높다 싶으면 판매가 안되니까 다시 가격이 내려간다. 가격은 보통 24시간 단위로 업데이트하는데 급변할 경우에는 그때 그때 새로운 가격정보를 제공한다.

미트박스에는 현재 100여개 공급사가 상품을 팔고 있다. 국내에는 약 300개 공급사가 있는데 그중 3분의 1이 미트박스를 활용한다. 미트박스의 가격이 곧 마장동 도매시장의 실제 가격이라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물론 일부 품목의 경우 미트박스 가격보다 마장동 도매업자의 판매가가 낮은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엔 마장동 가격까지 고려해 최저가 정보를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정보를 모든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미트박스에 판매자나 구매자로 등록을 하지 않아도, 앱만 깔면 날마다 변하는 축산물 가격 정보를 알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aT도 무료로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어떻게 차별화되나?

“기관에서 제공하는 가격은 특정 상품이 아니라 품목별로 나온다. 돼지고기 중 삼겹살은 얼마, 갈비는 얼마 하는 식이다.

그런데 삼겹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꼭 다 같은 삼겹살이 아니다. 삼겹살, 뼈있는 삼겹살, 미박삼겹살(비계 끝에 껍데기가 붙어있는 것), 미추리 삼겹살(삼겹살 끝부분에 살코기가 많은 것) 등 분류도 다르고, 분류가 같더라도 브랜드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미트박스에서는 분류별, 브랜드별 가격을 제공한다. 수요자가 필요한 부위를 특정해 골라 구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시스템화 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어땠나?

“공급자들을 일단 입점 시키는 게 먼저였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인맥에 의존했다. MD시절 인연이 있던 사람들을 무작정 찾아가서 "믿고 좀 맡겨달라"고 매달렸다.

공급자들이 플랫폼에 들어온 후에는 '미트박스 가격이 과연 마장동과 같을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문을 푸는 데 집중했다. 나를 포함한 직원들이 마장동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오늘 가격 얼마에요?"라고 물어보는 게 주 업무였다. 같은 브랜드 같은 부위의 고기가 더 싸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사실을 확인한 후 판매가에 반영했다.”

-공급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사실 공급자들은 유통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약자다. 이들은 대량으로 물건을 확보한 후 중간 유통업자들에게 1% 남짓 마진을 받고 넘긴다. 유통업자들이 다양한 단계를 거치며 마진을 많이 남기는 것과 달리 이들은 초저마진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미트박스와 거래하면 기존 유통업자들에게 넘기는 것보다는 비싼 값에 고기를 팔 수 있다는 점이 확실히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취지는 좋은데 기존의 유통 관행을 깰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기존의 유통 관행이 어땠길래….

“자본과 물류 유통망을 갖고 있는 유통업자들이 쥐고 흔드는 구조다. 수입육을 예로 들어보겠다. 육류가 수입되면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냉동 보세창고에 보관된다. 그 상태에서 유통업자들이 달려들어 원 수입자에게서 고기를 산다. t단위로 잘게 쪼개져 전국 각지로 보내진다.그런데 이때 쌓여있는 고기는 서류상으로만 쪼개진다. 고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며칠이 지나면 주인이 수 차례 바뀌고 가격은 몇 배 뛰어있다. 원수입자도 수요자도 그다지 즐겁지 않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마장동 수입업자가 직접 유통까지 담당하면 안 되나?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마장동에서 꽤 규모가 큰 원수입자가 전남 여수에 100kg 단위의 오더를 받았다고 해보자. 이 경우 5박스 정도로 나누어 배송하게 되고 100만원 안팎 매출이 나온다. 그런데 유통업자들의 냉동차를 이용하는 비용이 30만원은 든다. 남는 게 없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입업자가 직접 최종 수요자를 관리할 수도 없다. 산발적으로 들어오는 주문에 맞게 그때그때 고기를 나누고, 포장하고 보내기 어렵다. 또 거래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수입한 고기를 모두 팔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미트박스는 오뚜기 계열의 물류사 OLS와 계약을 맺었다. 전국 어디로 배송을 하든 3500원이면 냉동차로 배송된다. 30만원의 비용을 3500원으로 줄인 것이다.

유통업자들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물류 비용이 굉장히 낮다는 점을 인정받으며 미트박스에 소규모로 물량을 주던 공급자들이 물량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음식점주 등 수요자들은 더 싸게 파니까 금방 유입이 됐겠다.

“사실 이게 더 힘들었다. 왜냐하면 축산물 유통시장은 거대한 '미수금 시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깃집 창업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유통업자 3~4명이 달려온다. 그리고 일단 고기를 준다. "가져다 쓰시고 나중에 정산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일반적인 영업방식이다. 다른 업자와 거래하고 있는 음식점을 빼앗아 오기 위해선 기존 업체의 미수금을 갚을 수 있도록 돈을 정산해주고, 다시 외상으로 고기를 공급한다.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영세식당들이 외상 거래의 유혹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극복했나?

“결국에는 가격의 힘이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미트박스와 거래하는 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식당점주들이 하나 둘 씩 생기게 되더라. 가격이 20~30% 싸니까 그랬던 것 같다. 또 MD로 구성된 '미트마스터'의 컨설팅도 무료로 제공했다. 메뉴 구성과 식당의 운영 전반에 걸쳐 조언을 했다. 이 지역에는 삼겹살보다는 곰탕이 어떠십니까 하는 식이다. "이래도 안 살래?"라는 마음이 들 때까지 해보자는 심정이었다.”

김기봉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미트박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미트박스가 축산물 유통업계의 오랜 관행을 깨고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현재 거래 규모가 궁금하다.

“공급자는 약 100개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카길, 아그로슈퍼, IBP 등 해외에서 유명한 업체들은 모두 들어와 있다. 한우 한돈 등 국내산 육류 비중도 늘려 연말까지 공급 업체 수를 200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200개 업체가 입점하게 되면 마장동 이상으로 정확한 시세 정보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수요자는 2만 여명으로 추산한다. 이중 90%는 정육점이나 식당이고, 나머지 10%가량이 일반 개인 소비자들이다. 미트박스는 B2B를 중심으로 대량으로 고기를 판매하기 때문에 개인의 구매 비중은 낮은 편이다. 개인 구매자들도 있는데 이들도 가정에서 활용하기 보다는 헬스 동호회, 교회 식당 등 대량으로 고기가 필요한 곳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거래 금액을 기준으로 월 100억원을 넘긴 적도 있다. 그중 미트박스가 실제로 버는 돈은 거래액의 약 3~5% 수준이다.

올해 거래액 목표는 1300억원이다. 국내 B2B 축산 시장은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원료 공급부터 유통과 소비까지 모든 것을 담당하는 거대 프랜차이즈 업체 등을 제외하면 약 7조원 규모다. 이중 1300억원이니 아직 큰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2년 후에는 열 배 더 성장해 거래액 1조원을 넘기게 되면 축산물 유통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간 유통업자의 사업영역을 빼앗고 있는 셈인데 반발은 없나?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유통업자의 반발이 있다고 해서 실제 수요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멈출 이유는 없다. 오히려 요즘은 유통업자들이 미트박스의 가격을 참고해서 마진 폭을 조정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30억원을, 올해는 80억원을 투자받았다.

“미트박스의 미래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년까지는 주로 물류에 투자했다. 올해 투자받은 80억원은 개발자 채용과 시스템 개발에 썼다. 그리고 용인에 있던 사옥을 판교로 이전했다. 사옥 이전만으로도 좀 더 IT스러운 기업이 된 느낌이다.”

-미트박스의 미래, 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나?

“지금 모으고 있는 가격 정보가 계속 쌓이면 결국에는 데이터 비즈니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세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향후 시세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축산업자들에게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멋있는 말로 얘기하면 '축산업계의 블룸버그'가 되고 싶다. 일반 시세와 추이는 대중에게 모두 공개하지만 이면의 분석은 유료로 팔 것이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업모델이 있나?

“없는 것 같다. 확실히 아시아에는 없다. 얼마 전 미트박스의 사업모델을 갖고 대만과 중국, 일본에 특허를 냈다.아시아 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중국인들이 소고기를 먹기 시작하니까 국제 소고기 값이 출렁였을 정도다. 이 시장에 진출할 때 제대로된 데이터가 있다면 카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사지 않을까.”

-축산업계의 블룸버그라…굉장히 그럴듯해보인다.

“사실 축산업 이외 분야까지 진출하고 싶다. 2019년부터는 수산물 시장에서도 미트박스의 모델을 적용한 B2B 쇼핑몰을 할 계획이다. 가공식품 등 공산품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축산업계의 블룸버그가 되는 것도 멋진 꿈이지만 나아가 먹거리 업계의 블룸버그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변화는 항상 변방에서 나온다. 용산전자상가의 변화를 이끈 것은 변방의 ‘다나와’였고, 배달음식업계의 지배자가 된 것도 ‘배달의 민족’이었다.”

주류에서 활약하는 기존의 축산 유통업자가 아닌 미트박스가 이끄는 변화가 혼탁한 업계를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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