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트레이딩(S&T)그룹은 오랜 기간 하나금융투자를 먹여살린 캐시카우 역할을 해 왔다. 다른 대형 증권사보다 조직 규모는 작지만 금융상품 발굴부터 중개, 거래, 투자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S&T그룹은 지난해 순영업이익 890억원과 순이익 606억원을 거뒀다. 순영업이익은 회사 전체의 19% 수준이지만 순이익은 70%에 달한다. 최근 3년간 평균 순이익은 764억원으로 이 회사 사업부문 중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S&T의 핵심인 파생·구조화 금융 분야에서 돋보이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비결로 꼽힌다. 18년 동안 파생·구조화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홍용재 S&T그룹장(상무)이 파생상품실, 파생운용실, 주가연동채권팀으로 구성된 주식본부를 이끌고 있다.

주식본부는 지난해 장·단기 금리 차를 이용해 이익을 내는 금리구조화스와프(CMS)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2월 말에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일부터 3개월 안에 미리 정해진 금리를 지급받으면서 조기 상환도 가능한 ‘콜러블(Callable) 리자드 ELS’를 선보였다. 하나금융투자는 3개월 동안 이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최근엔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위한 머신러닝 알고리즘 개발에도 한창이다.

김희 상무가 이끄는 채권본부도 S&T그룹 이익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FICC(채권·외환·파생상품)세일즈실은 지난 5년간 국내 장기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사채(DLB)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FICC운용실은 해외 채권 투자 확대와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한 헤지 거래 등을 통해 매년 수익 규모를 늘리고 있다. 채권금융실도 은행채,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공기업·공공기관 발행 채권 인수 주관에서 매년 업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기자본투자(PI) 부문도 성과를 내고 있다. PI실은 S&T그룹에서 유일한 그룹장 직속부서로 정용민 상무가 지휘하고 있다. PI실은 지난해 이진국 사장 취임 후 임의로 10억원가량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전결권’을 부여받았다.

이에 힘입어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사모펀드(PEF)에 유한책임 투자자(LP)로 참여하거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채권) 투자와 프리IPO(상장 전 투자)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에서 하나금융투자 S&T그룹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증권과 은행의 투자금융 업무를 결합한 기업투자금융(CIB)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S&T그룹이 개발한 투자상품이 KEB하나은행 점포망을 통해 고객에게 판매되는 만큼 S&T그룹이 좋은 상품을 내놓아야 하나은행의 경쟁력도 상승한다. 홍 상무는 “하나은행의 점포망을 활용하면 S&T그룹이 발굴한 상품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상품 판매로 벌어들인 자금을 다시 운용해 수익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