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 어디로] 역대 대선, 집값에 영향 작아…경기상황·수급 여건이 좌우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세 번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2002년 16대 대선을 제외하고는 대선 이슈가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난 18대 대선(2012년 하반기 기준)에서는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하기도 했다. 부동산시장이 선거 영향보다는 경기 상황, 수급 여건, 지역 상황에 따른 개발 재료 등에 더 좌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대선이 다음달 9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시장은 일단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대선주자가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보다는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춰 공약을 내놓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어 새 정부도 집값을 무조건 떨어뜨리는 정책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집값은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대선 이슈는 단기 요인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 어디로] 역대 대선, 집값에 영향 작아…경기상황·수급 여건이 좌우
○역대 대선 집값에 큰 영향 없어

1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2002년 대선에서는 전국 아파트값(2002년 하반기 기준)이 8.8% 상승했다. 2001년 외환위기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난 이후 2002년부터 뉴타운 열풍이 불면서 수도권 집값엔 광풍이 일었다. 2002년 한 해 서울 아파트값은 3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2007년 17대 대선에선 전국 아파트값(2007년 하반기 기준)이 0.76% 상승해 오름폭이 크지 않았다. 2005~2006년 집값이 폭등한 데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 이어지면서 매수세가 위축됐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18대 대선에서는 2012년 하반기 기준 전국 아파트값이 1.73% 오히려 하락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내외 경제 여건이 크게 위축된 영향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 대선에서 주로 개발 공약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치러진 몇 차례 선거에서는 주거 안정과 복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선거가 집값을 눈에 띄게 끌어올리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주요 후보가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19대 주요 대선후보자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주택·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이전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는 차별화한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론 위축 가능성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선이 단기적으론 주택 수요자의 심리적 위축을 부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주요 대선주자가 내놓은 정책이 규제 일변도이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입주 물량 과잉 우려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유주택자 과세 강화가 더해지면 집 구매 심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주택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선주자들이 1300조원의 가계부채 줄이기를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가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대선 이슈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게 많은 전문가의 관측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일시적으로 정책이 소비 심리에 영향을 주겠지만 큰 흐름에서 집값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도 “내수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는 상황에서 집값을 떨어뜨리려고 하는 정부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 및 상품에 따라 차별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 도심권과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지방 시장은 당분간 가격 조정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함 센터장은 “지방은 공급 과잉 요인이 지속돼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