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안정성이 가장 중요시되는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상장지수펀드(ETF)를 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ETF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 수수료가 일반 펀드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연금 상품은 10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 상품이다. 수수료 차이가 누적되면 은퇴 시점 수익률이 10% 넘게 벌어질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 ETF를 편입할 수 있는 금융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선택지 늘어나는 연금 ETF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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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퇴직연금 계좌에 ETF 거래를 허용한 시점은 지난해 하반기다. 하지만 관련 시스템을 정비해 실제 ETF를 편입하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부터 퇴직연금에 ETF를 담을 수 있도록 연금상품 관리 시스템을 정비했다. 연금 안에 넣을 수 있는 ETF는 100여종에 달한다. 지난해 9월부터는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인도 베트남 등 투자 선택지가 다양해진 셈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9월부터 연금계좌를 통한 ETF 매매를 허용했다. 한국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200’ 이외에도 국내외 ETF를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할 수 있다. 업계에선 미래에셋대우가 가장 먼저 퇴직연금에 ETF를 담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선택지가 100개 이상이다. 파생상품을 활용한 레버리지(지수의 두 배를 추종)와 인버스(지수를 역방향으로 추종)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 ETF를 퇴직연금에 담을 수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조만간 시스템 정비를 마친 뒤 연금 내 ETF 투자를 허용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ETF로 문호를 넓히는 시기를 2018년 초로 잡고 있다.

○저렴한 수수료가 강점

퇴직연금 계좌에 ETF 편입을 늘리는 이유는 저렴한 수수료 때문이다. 주가 지수 추종형 ETF의 총 보수는 통상 0.2%로 주식형펀드 총보수 평균치(1.19%)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더구나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주식 등을 벤치마크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인 점을 활용해 특정 이벤트에 의해 지수가 1900선까지 빠질 경우 지수 추종형 ETF를 매수하고 박스권 상단에서 다시 ETF를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기존 연금펀드들의 수익률이 일제히 급락했기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투자자들의 원성 때문에라도 ETF를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의 80% 이상이 비슷한 자산에 투자하는 ETF보다 못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노후자금을 위한 퇴직연금시장에서 자산배분 효과를 노리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기초자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퇴직 연금용 ETF는 기초자산이 다양하고도 범위가 넓은 ETF를 선택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은 한 해 최대 700만원 납입분까지 연말정산을 통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은 연봉 5500만원이 넘는 경우 92만4000원, 넘지 않으면 115만5000원이다.

■ DC형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20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제도의 한 유형. 회사가 지급하는 퇴직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관리해 수익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근로자는 사전에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받는 DB형(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과 구별된다.

■ IRP
개인형 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이직하거나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근로자 본인 명의 퇴직계좌에 넣어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한 제도. 2012년 7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개인연금저축(연 400만원 한도)과 합쳐 총 700만원 한도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