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그제 중국의 노골적 사드 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발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화·민주 양당이 함께 결의안을 발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결의안은 “중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기 위해 한국 기업과 국민에 대한 ‘비합리적이고 부적절한’ 보복 조치를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결의안은 또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한국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분명하게 적시했다. 다음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 의회가 중국 정부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미 의회뿐만 아니다. 세계 언론들도 일제히 중국을 규탄하는 대열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중국 정부가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데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사드 문제에 양보토록 압박하겠다는 속셈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중국의 경제 압력에 굴복해 일방적으로 사드 문제를 양보한다면 실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오히려 한국인의 화를 불러일으키기만 할 것”이라고 했고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중국의 사드 보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사드 배치 협박은 이미 세계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더구나 중국이 정치적 동기로 국제무역 질서만이 아니라 사유재산과 시장원리를 언제든지 부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린 사건이기도 하다. 중국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한국 국회는 미국 의회 수준의 결의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야3당에 속한 24명의 국회의원은 지난 7일 ‘사드 배치 강행 중단과 국회검증특위 촉구 결의안’을 내놨다. 참으로 거꾸로 가는 한국 국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