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23일 채용 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행사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이날 행사에는 1만여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23일 채용 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행사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이날 행사에는 1만여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천안여자상업고는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의 단골손님이다. 교장과 취업, 직업교육부장 등 교사가 매년 100여명의 고3 학생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는다. 행사가 처음 열린 2012년부터 6년째다. 이 학교 김주업 교장은 “매년 3월 ‘한경 잡콘서트’에 다녀오면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고 했다.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을 만나고, 가고 싶은 회사 인사담당자들과 1 대 1 면접을 하고 나면 “취업에 대한 의욕이 활활 타오른다”는 것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7년째 취업부장을 맡고 있는 신태귀 교사는 “전국의 기업 채용담당자 휴대폰 번호를 1100개가량 확보했다”며 “절반은 한경 잡콘서트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틀 연속 1만명 이상 몰려

행사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23일, ‘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가 열린 경기 고양시 킨텍스는 전날에 이어 1만여명의 학생들로 성황을 이뤘다. 이틀간 참가한 인원이 2만5000명을 웃돌았다. 공식 신청을 하고 참가한 학교만 98개교에 달했다. 사전 신청 없이 현장을 방문한 학교도 40~50곳 정도다.

이들 학교 중엔 차별화된 교육으로 기업 채용담당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곳이 꽤 많았다. 선일이비즈니스고가 대표적이다. e비즈니스 분야 특성화고다. 이곳 학생들의 장점은 창업이다. 벤처창업반 2개(총 30~40명)가 돌아가고 있는데, 억대 연봉의 ‘쇼핑몰 사장님’도 배출했다.

지난해엔 8년차 벤처동아리가 서울시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과 은상을 탔다. 이 학교 김형창 교사는 “동아리들이 특허도 낸다”며 “이론만 파지 않고 실제 창업 경험을 해보면 취업률도 쑥쑥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작년엔 230여명의 졸업생 중 15명이 창업을 택했다.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는 대학 컴퓨터공학과 2학년생의 전공과목을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유일의 소프트웨어전문학교로 1기생들이 올해 3학년이 됐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고교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실무 이해력이 뛰어난 데다 기업에서 석 달 가까이 연수를 해봤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학부모, 학교 모두 변화 중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들과 인솔 교사들은 ‘똑고졸(똑똑한 고졸자)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천안여상의 신태귀 교사는 “학부모가 고학력일수록 선취업 후진학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우수한 성적으로 인문계 대학에 진학할 만한 학생들이 천안여상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3~4년 사이 생긴 변화”라고 설명했다. 천안여상 서연희 학생(19)은 “고졸이건 대졸이건 취업을 해야 한다”며 “고교 3년 동안 전문화된 교육을 받아 취업을 한 뒤 대학은 나중에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교도 변화에 적극적이다. 천안여상은 우수 학생을 뽑아 3개월씩 해외연수를 보낸다. 기업과 연계해 ‘학교 벤처’도 운영 중이다. 이 학교 김주업 교장은 “수익금은 장학금 등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1966년 설립된 밀양전자고는 한국나노과학고(2019년 예정)로 이름을 바꾸기로 하는 등 특성화에 ‘올인’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고졸 취업’에 대한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창원의 한 전문계고 취업부장은 “정권이 바뀌면 고졸자를 위한 혜택이 줄어들까봐 걱정”이라며 “좌우 이념과 무관하게 고졸 취업은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잡콘서트를 찾은 교사들은 취업,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보직교사가 2~3년이면 바뀌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이시은/조아라 JOB인턴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