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지만 진솔한 자동차 이야기(가진자)'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기자들이 직접 타본 차들의 뒷얘기를 전해드립니다. 한경닷컴 자동차 담당 박상재 기자입니다.
국내 첫 진출한 중국 수입산 승용차 '켄보600'
국내 첫 진출한 중국 수입산 승용차 '켄보600'
Q '켄보 600', 중국 수입산 첫 승용차로 많은 관심을 모았죠?

"켄보600은 연초 단연 최고의 관심이었습니다. 중국산 승용차가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죠. 실제 초도 물량 120여대가 완판되면서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중국 베이징인샹자동차를 독점 수입·판매하는 중한자동차는 500여대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입니다. 시기는 협의 중입니다."

Q 실제 타보니 어떤가요?

"직접 타본 켄보600은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체가 컸습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만큼 실내 공간이 넓습니다. 앞좌석을 끝까지 밀고 뒤에 타도 무릎이 닿지 않죠. 레그룸(발을 놓는 공간)이 넉넉해 180cm가 넘는 남성이 앞뒤로 앉아도 비좁지 않습니다. 디자인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렉서스 특유의 스핀들 그릴과 인피니티 센터페시아(오디오와 공기조절장치 등이 있는 가운데 부분) 등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브랜드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제논 헤드라이트와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방향지시등은 깔끔합니다."

Q 엔진 소음 관련 지적도 있었습니다.

"공간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덩치는 키웠는데 심장은 1.5L 가솔린 엔진을 얹혔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시내 도로를 달릴 때는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세게 밟으면 몸집이 버겁게 느껴지죠. 시속 60㎞에서 80㎞로 올라가는 구간이 더딥니다. 이 구간부터 거세지는 엔진 소음은 단점입니다. 운전석 앞쪽부터 날카로운 소음이 차 안으로 들어와 거슬릴 정도입니다. 가솔린 모델임에도 디젤을 타는 착각이 들 정도니까요."

Q 그렇다면 디젤 엔진을 얹힌 모델이 나올 수도 있나요?

"중한자동차에서도 아쉬워하는 대목입니다. SUV인 만큼 누구라도 디젤 엔진 라인업을 생각했을 텐데요. 한국의 까다로운 배기가스 규제 등을 맞출 재간이 없었다고 합니다."

Q 밀림방지 기능 등에서도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언덕길을 출발할 때 가속 페달을 상당히 깊게 밟아야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가 해제됩니다. 시내 도로에선 접촉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시승 도중 놀라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고 하고요. 그러나 이는 개선책이 마련돼 무상 업그레이드를 받으면 됩니다. 추가로 들여올 물량도 밀림방지 장치가 개선됐습니다."

Q 일단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걱정에서 안도로 바뀌었다고 하던데요?

"켄보600이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다소 긴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산 승용차가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월등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아직 시장 진입 초기임을 감안하면 걱정할 수준까진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중국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큰 파도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죠. 특히 세단 승용차가 들어올 경우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Q 1호차 전달식을 못했다면서요?

"켄보 600이 넘어야 할 거대한 벽과 같은 거죠. 켄보600 1호차 주인공이 공개 석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했다고 합니다. 1970년대 현대차가 자동차 강국 미국에 진출할 당시를 떠올려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중국차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죠. 이에 중한자동차는 초도 물량 완판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Q 켄보 600,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차인가요?

"200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중형 SUV를 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저렴한 가격과 넓은 적재공간을 갖춰 소상공인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죠. 주말 나들이엔 승용차로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마감이 꼼꼼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차 키를 넣고 시동을 거는 곳은 얇은 플라스틱으로 막혀있죠. 아쉬운 마감은 단차 등 외관에서도 일부 나타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눈 높은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우려도 듭니다. 검증되지 않은 내구성 등도 문제입니다. 2~3년 정도 지나야 실제 품질 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게 중론입니다."

Q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아직 켄보 600의 생존 여부를 판단하긴 이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중국차와 애프터서비스(AS) 등에 대한 인식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단기간에 이뤄내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선 중국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량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야 차종 및 가격 다변화가 이뤄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죠. 중한자동차는 연말께 소형 SUV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차량이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타봤습니다]첫 중국 SUV 켄보 600…"가성비 끝판왕, 세부 성능·마감은 아직"

변관열 한경닷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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