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조아라 기자 ]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이슈가 불거진 후 교내에서 학생들끼리 마찰이 생긴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한국 학생들이 마음의 문을 닫는 모습은 있네요. 중국의 반한(反韓) 감정이 커진다는 소식을 들으니 괜히 중국 유학생들을 피하는 겁니다."

지난 21일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내 중국학회인 '연중지로(延中之路)' 회장 이유빈 씨(19)는 사드 배치 후 학내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 학회는 연세대 중국인 유학생회와 함께 활동을 펼쳐 현지 유학생들 분위기에 밝다. 이 씨는 "오히려 지난 학기에 비해 중국인 학생들의 활동 신청 횟수가 더 늘어났다"며 "이들은 한국 정착과 학교 생활 적응 때문에 적극적으로 교류에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드 배치 뒤 한·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대규모 인적 교류를 해 온 양국 대학 캠퍼스에서는 예상보다는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국은 서로에게 유학생 비율 1위 국가다. 교육부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대학 학위과정 재학 외국인 유학생(3만5753명)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이 무려 72.9%(2만6050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국 교육부가 집계한 중국 내 유학생 통계에서도 한국인 유학생 수는 7만540명으로 2위 미국(2만3838명)과 상당한 격차로 1위를 기록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접촉하는 학내 분위기는 일부 언론 보도 등과는 달리 극한으로 치닫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양국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중국인 찐모 씨(20)는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중국인 친구들이 한국에서 괴롭힘 받을까봐 걱정하지만 아직 그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드 같은 민감한 주제는 의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20일 서울대에서 만난 한국생활 2년차 중국인 유학생 두 명도 한 목소리로 "사드 이슈로 양국 관계가 경색되긴 했지만 학교 생활하는 데는 크게 변한 게 없다"면서 "한국에서 어떠한 비아냥이나 불이익도 받은 게 없다. 뉴스로 접한 소식이 전부"라고 귀띔했다.

사드 배치 이후 거친 시위가 잇따랐던 중국 현지에서는 혐한 기류나 보복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국인이 공격당했다" 또는 "(중국인에게) 맞아서 병원에 입원했다" 등의 유언비어가 나도는 형편이다. 실제로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베이징 소재 한 대학의 한국인 유학생회 회장 김정민(가명) 씨는 "사드 이슈 이후 학내 분위기가 크게 바뀐 건 없다. 과거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빚어진 반일 시위처럼 치닫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국간 민감한 주제인 사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인 학생에게 "학생 신분이니 학업에만 열중하라"고 조언하는 현지 교수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들은 반한 정서를 감안해 대규모 활동이나 외출 등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가는 정도다. 홍 씨는 "올해 중국 학생들과 함께하는 체육대회를 계획했지만 잠정 중단하고 상황을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