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혼 세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결혼은 필수’, ‘이혼은 오점’이란 인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독신’ 남녀가 당당하게 자유로운 삶을 자랑하고, ‘돌싱’(이혼남녀)들의 연애를 그리는 공중파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정도다.
결혼은 미친 짓?…50대 처녀총각↑ 60대 이혼도↑
인식 변화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6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결혼 건수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30만건 밑으로 떨어졌고 혼인율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60대 이혼’, ‘50대 처녀총각’, ‘여성 연상 부부’ 등 과거 흔치 않았던 사례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1000명당 혼인 건수 역대 최저

혼인 건수는 작년 28만1635건으로 1974년(25만9604건) 이후 4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집계한 ‘조혼인율’도 5.5건으로 역대 가장 낮았다.

30대 미혼자를 ‘노총각 노처녀’로 부르기에도 머쓱해졌다. 2016년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2.8세, 여자 30.1세로 집계됐다. 여성 초혼연령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10년 전인 1996년만 해도 여성 평균 초혼연령은 27.8세였다.

아예 ‘독신’을 선택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 0.5%, 1995년 0.7%로 1% 미만이던 여성 독신율은 2010년 2.5%로 높아졌다. 연구원은 현재 추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25년 여성 독신율이 10.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저출산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이들의 경제 여건이 악화된 데 따른 현상”이라며 “‘결혼을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혼자 30%는 ‘혼인 20년 이상’

‘황혼 이혼’은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를 보면 작년 이혼 중 ‘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 이혼 비율이 30.4%로 가장 높았다. 혼인지속기간 20∼24년이 전체의 12.0%였고, 25∼29년 8.3%, 30년 이상 10.1% 등이었다. 30년 이상 황혼이혼 건수(1만800건)는 10년 전(5200건)에 비해 2.1배로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 이혼(남자 기준)이 지난해 1만2300쌍이었다. 이는 2006년 6500쌍의 2배 수준이다.

‘여성 연상’ 부부 비율도 늘고 있다. 작년 초혼 부부 중 여성 연상 비율은 16.3%였다. 10년 전엔 12.8%, 20년 전엔 9.3%였다. 남자 연상 부부 비율은 10년 전 71.8%에서 작년 67.7%로 하락했다. 초혼 부부의 연령차별로 살펴보면 ‘남성 3~5세 연상’이 27.0%로 가장 흔했지만 이 비율은 20년 전(36.1%)보다 9.1%포인트 떨어졌다. 여성의 경제력 향상 등에 따른 여권 신장의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결혼신고 건수 12월에 가장 많아

한동안 유행했던 국제결혼은 감소세다. 2006년 3만8800건이던 ‘외국인과의 혼인’은 작년 2만600건으로 떨어졌다. 2010년부터 국제결혼 중개업체 등록 기준을 까다롭게 하고 결혼비자 발급 심사를 강화한 데 따른 현상이란 분석이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국적을 보면 남성은 ‘왕서방’(중국인)이 25.4%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23.9%) 베트남인(9.8%) 순이었다. 외국인 아내 국적은 ‘베트남댁’이 1만4822명(36.3%)으로 가장 많았다.

‘5월의 신부’가 가장 많을 것이란 통념과 달리 지난해 결혼신고 건수가 가장 많았던 달은 12월(2만8400건)이었다. 5월은 2만5500건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 신고를 미루다가 12월이 돼서 하는 부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혼은 11월 1만건, 8월 9400건, 9월 9100건 순이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