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일(왼쪽)·박정우 서틴플로어 공동대표가 VR 촬영 기기들을 설명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송영일(왼쪽)·박정우 서틴플로어 공동대표가 VR 촬영 기기들을 설명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미국 유타주 모아브밸리의 보기만 해도 아찔한 협곡에서 한 남성이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고개를 숙이면 천길 낭떠러지가 보인다. 줄이 흔들릴 때마다 화면도 흔들린다. 하지만 협곡을 건넜을 때의 짜릿함은 형언할 수 없다. 지난해 코카콜라가 음료 ‘환타’의 짜릿함을 강조하기 위해 내놓은 가상현실(VR) 영상이다. 이 영상을 제작한 곳은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서틴플로어다. 2015년 6월 출범한 이 회사는 설립 1년 반 만에 삼성전자 SK텔레콤 코카콜라 에버랜드 등 글로벌 기업의 VR 영상을 제작했다.

[스타트업 리포트] VR스타트업 '서틴플로어'…삼성·SK텔레콤·코카콜라가 '낙점'
머리에 쓰는 ‘헤드마운트’ 형태의 VR 기기가 상용화된 것은 2년이 넘었다. VR 영상을 찍는다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VR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는 건 영상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디스플레이 자체의 한계도 있지만 영상 자체도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송영일 서틴플로어 대표는 “평면 영상을 찍던 사람이 360도 VR 영상을 찍으려고 하면 속칭 ‘멘붕’에 빠진다”며 “빠르게 움직이는 VR 영상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서틴플로어를 비롯해 자운트, 위드인 등 몇개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2016년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VR 기어’를 홍보하기 위해 내놓은 영상도 이 회사가 제작했다.

게임업체를 여러 차례 창업한 송 대표는 2014년 일찌감치 VR 시대를 예상하고 사업을 준비했다. VR 게임을 개발하려 했으나 영상 쪽이 확장성이 좋다고 판단해 방향을 틀었다. NHN에서 일을 했고 앱 개발회사를 운영하던 박정우 대표와 만나 2015년 6월 현재의 서틴플로어를 만들었다. 서틴플로어라는 회사 이름은 1999년 개봉한 가상현실 세계를 다룬 동명의 영화 제목(the thirteenth floor)에서 따 왔다.

송 대표는 “롤러코스터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VR로 찍기위해 특수제작한 360도 카메라를 사용한다”며 “최대 14대의 360도 카메라와 드론을 동원해 찍고 이들을 절묘하게 스티칭(영상을 합친다는 뜻)해야 제대로 실감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스티칭 기술이나 VR 사운드를 입히는 기술에 대해 자체 상표 등록까지 했다. 이 회사는 올해 인천 송도와 태국 방콕 중심가 엠포리움백화점에 VR테마파크도 열 계획이다.

제품이 영상인 만큼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박 대표는 SK텔레콤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태국 푸껫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가수 설현이 히치하이크를 하고 둘이 요트에서 데이트를 하는 내용이었다. 설현이 앉자 정말 옆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너무 실감이 나서 악용되면 아이들에게는 좋지 않겠다”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