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정부는 대우조선 추가 지원안을 마련해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정부는 대우조선 추가 지원안을 마련해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당초 이날 회의는 정부 제출 법률안을 검토하는 자리였지만 의원들은 대우조선 추가 지원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어떻게 1년5개월 만에 다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을 만든 거냐” “밑 빠진 독에 물만 붓는다고 대우조선이 살아남겠나”는 질타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정부는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 추가 자금지원 방안을 23일 발표한다.

◆“또 혈세를 투입한다니…”

[대우조선 추가 지원 논란] 임종룡 다그친 정치권…"혈세 또 쓴다고 대우조선 살아날 수 있겠나"
의원들의 공세는 대우조선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쏟아졌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한 후 금융위는 추가 지원은 없다고 수차례 장담했다”며 “도대체 어떤 정보를 갖고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정부의 안일한 상황 판단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2015년 서별관회의에선 4조2000억원만 지원하면 대우조선이 정상화될 것으로, 지난해 11월 국책은행을 통해 자본확충을 할 때는 부채비율이 개선된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 대우조선은 순손실 2조7000억원, 부채비율 2732%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판단 착오를 일부 인정했다. 그는 “2015년 10월 지원안은 해외 기관의 시황 전망을 토대로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더 정확히 예측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판단과 달리 조선업계가 유례 없는 불황을 맞은 데다 경영진 비리 수사, 시장 불신 등이 겹치면서 대우조선이 정상적 수주 활동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진해운과의 형평성은…”

한진해운과의 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정부와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면서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거쳐 파산했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한진해운에는 1400억원을 지원하는 것도 거부했다”며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대우조선이나 한진해운이나 다를 것 같지 않은데 왜 대우조선만 추가 지원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대우조선의 자구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제 의원은 “지난해 마련한 자구계획 이행률을 보면 대우조선은 27%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보다 훨씬 낮다”고 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도 “대우조선 인력조정 현황을 보면 정규직 노조 생산직은 1000명밖에 줄지 않았는데 하도급 업체에서만 1만명이 감소했다”며 “추가 지원으로 정규직 노조만 먹여 살리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왜 지금 지원안을 결정하나”

대우조선 추가 지원안 ‘발표 시기’를 문제 삼은 의원들도 있었다. 대우조선 문제는 5월 초 출범할 차기 정권에서 결정할 현안인데 굳이 지금 지원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차기 정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대우조선 문제를 지금 털고 가기로 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했다. 또 “특정 정당이 금융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최 의원도 “기업 구조조정이 정치 논리에 휘둘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특정 대선주자가 금융위의 대우조선 지원안을 지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정치적 고려로 지원안을 마련한다는 건 근거 없는 얘기”라며 “대우조선 유동성 문제는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책은행이 지원할 수 있는 돈이 4000억원밖에 남지 않았는데 4월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을 갚기도 어렵다”며 “미봉책으로 지원하는 건 시장 불안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명/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