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쩐의 전쟁'…4자대결 땐 적어도 2000억 풀린다
각 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전이 본격화하면서 대선주자들의 ‘쩐(錢)의 전쟁’이 시작됐다.

오는 5월9일 대선이 네 명 이상의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당 대선후보가 쓸 수 있는 선거비용 제한액을 509억9400만원으로 정했다. 네 명 이상이 대선 본선에 출마하면 법정한도액 내에서 비용을 지출한다 해도 2000억원 이상이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각 당의 예비경선에서도 수백억원이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 단위가 풀렸던 과거 대선만큼은 못 해도 단기간에 엄청난 돈이 풀린다는 점에서 선거특수도 예상된다.

현재 대선에 뛰어든 주자는 4당 예비후보 15명과 정의당, 무소속을 포함해 20여명에 달한다. 이 중 4월 초께 선출되는 각 당의 대선후보는 선거비용제한액 한도 내에서 전폭적인 물량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본선(대선)에 앞서 치르는 각 당 경선 비용은 전적으로 주자들 부담이다.

대선주자들은 당의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토론과 전국 순회연설 등 각종 경선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예비후보 기탁금은 더불어민주당이 4억원, 자유한국당 3억원, 국민의당 3억5000만원, 바른정당은 2억원이다.

대선주자들은 당에 내는 기탁금 외에 사무실과 차량 임대료, 선거캠프 운영을 위한 제반 경비를 자체 조달해야 한다. 대선 캠프별 금고 사정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은 후원계좌를 열어 단숨에 10억원 이상씩을 끌어모은 반면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은 주택 담보 등으로 대출을 받아 기탁금과 경선비용을 조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조기 대선에 앞서 각 당 경선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만큼 각 후보진영은 그야말로 총력적인 물량작전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주요 주자들은 기탁금을 뺀 경선비용만 최소 10억원 이상 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경선비용으로 각각 12억원과 7억원을 썼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지만 실제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권 유력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중도하차한 것도 선거비용 등 경제적 문제가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20여일 동안 사무실 보증금과 월세, 차량 렌트비, 캠프 직원 인건비와 식비 등 명목으로 쓴 공식 선거비용만 수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 전 총장은 사퇴 직전 선거비용 등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대선주자가 예비 후보로 등록하면 법정선거비용(1인 한도액 509억9400만원)의 5%인 25억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예비 후보들이 경선에서 승리해 각 당 대선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하면 25억원 추가 모집도 가능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단기간에 돈이 풀리면 여론조사 기관 등 선거 관련 업종이 특수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비용은 선거운동의 기회 균등과 선거공영제 원칙에 따라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 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한 경우 선거비용제한액 범위 안에서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한다. 10~15% 미만 득표한 경우 절반을 보전받는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