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옛 전남도청 보존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5·18 단체 회원들을 만났다. 문 전 대표는 ‘군복무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표창을 받았다’는 발언과 관련해 일부 회원의 항의를 받았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옛 전남도청 보존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5·18 단체 회원들을 만났다. 문 전 대표는 ‘군복무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표창을 받았다’는 발언과 관련해 일부 회원의 항의를 받았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20일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안 지사 측이 “문 전 대표가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고 밝힌 것은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비판하자 문 전 대표 측은 “과도한 네거티브”라고 맞받았다.

발단은 문 전 대표가 지난 19일 합동토론회에서 “군 복무 당시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밝힌 대목이다. ‘내 인생의 사진 한 장’이라는 순서에서 문 전 대표는 특전사 복무 때 사진을 소개하며 “당시 제1공수여단장이 전두환 장군, (12·12 쿠데타 때) 반란군의 우두머리였다. 전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토론이 끝난 뒤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그런 표창장은 버리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특히 안 지사의 박수현 대변인은 “문 전 대표는 표창을 받았다고 말하고 캠프는 이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에 “일부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 관련해 문 전 대표가 표창을 받은 것으로 돼 있어 가짜뉴스로 분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은 양측의 신경전으로 비화됐다. 문 전 대표 측 특보단장인 김태년 의원은 이날 “(안 지사 측이) 내부를 향해서 던지는 분열의 네거티브는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도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말을 그대로 ‘선의’로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정책 발표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장군이 반란군 우두머리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렸다. 아무리 경선 시기라 하더라도 그 발언을 악의적인 공격거리로 삼은 것은 심하다”며 “저에게 좀 모욕적으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이에 안 지사는 국회에서 한 정책 간담회 후 “그런 말씀에 대해 좀 황당해하거나 적절치 않다고 하는 당원도 있는 게 사실 아니냐”며 “문 후보가 그 당원들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 측은 문 전 대표의 지지자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대변인은 “싫은 소리 한마디에 그렇게 분노하는 분들이 어떻게 100%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이 1차 경선지이자 최대 승부처인 호남 민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옛전남도청보전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원회’ 농성장을 방문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5·18 유족인 한 중년 여성은 “전두환 때문에 남편과 자식을 잃었다. 이 시점에, 꼭 그런 말을 해야 했느냐”고 성토했다. 다른 유가족도 “자식이 여기서 죽었는데, 어떻게 전두환 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느냐”며 “어제 한 말을 여기에서 사과하라”고 몰아세웠다.

문 전 대표는 “내가 5·18 때 전두환 계엄군에 의해 구속됐던 사람”이라며 “(전두환을) ‘반란군’의 우두머리라고 말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노여움을 좀 거두시라.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