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동 기자의 맥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한국맥주는 싱겁다?
맥주는 5000년 이상 인간과 함께했다. 앞으로도 맥주 소비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치맥은 문화가 됐다. 의문이 생겼다. ‘우리는 맥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마시는 것일까.’

맥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코너를 만들었다. 맥주에 대한 상식 중 소비자들이 오해할 가능성이 높은 다섯 가지를 골라 설명할 계획이다. ‘국산 맥주는 진짜 맛이 없을까’가 첫 번째 주제다.

“한국산 맥주인 카스와 하이트는 미각을 자극하지 못한다. 영국에서 수입된 장비로 만드는 북한 대동강 맥주 맛이 낫다.” 2012년 11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맥주산업 분석 기사의 일부다. 후폭풍은 컸다.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 맥주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과 맞물리면서 “한국 맥주는 수입 맥주에 비해 싱겁다, 개성이 없다” 같은 얘기들이 확산됐다.

정말 그럴까. 맥주의 주원료는 보리에 싹을 틔운 맥아(몰트)다. 맥아 외에 옥수수전분이나 밀 등 다른 곡물을 섞어 만드는 맥주도 있다. 맥주맛 논란을 일으킨 핵심적 질문은 “국내 맥주 제조사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맥아 함량을 낮춰 맥주 맛이 심심하다”는 것이다.

노정동 기자의 맥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한국맥주는 싱겁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국산 맥주 중 프리미어OB, 맥스, 클라우드 등은 맥아 함량이 100%다. 맥아로만 맥주 맛을 냈다는 얘기다. 카스 라이트는 이 함량이 87%다. 드라이피니시d와 하이트는 각각 80%와 70% 이상 함유하고 있다. 대동강 맥주의 맥아 함량은 이보다 적은 70%다.

그럼에도 한국 맥주가 싱겁다는 오해는 주세법에서 비롯됐다. 과거 맥아 66.7% 이상은 맥주로 분류돼 세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냈다. 그 이하는 맥주가 아닌 ‘발포주’로 분류해 세금을 덜 냈다. 66.7%가 맥주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이었다. 맥아 함량이 10% 안팎인 일본 발포주가 국내로 대거 들어오면서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정부는 1999년 맥아 함량이 10% 이상이면 모두 ‘맥주’로 인정하도록 주세법을 바꿨다. 한마디로 맥아 함량 10%는 과세 기준점이지 실제 맥주에 들어 있는 함유량이 아니다.

이 오해를 풀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있다. 국산 맥주, 수입 맥주를 섞어 놓고 맛을 보게 하는 것이다. 국산 맥주를 맞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싱거운 맥주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