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대통령' 장 토드 국제자동차연맹 회장 인터뷰 "모터스포츠는 도로 위 거대한 연구소"
“한국은 자동차 강국입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15년간 놀라운 발전을 했고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 등에선 글로벌 리더십을 갖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전장부품, 타이어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면 더 많은 선행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터스포츠 대통령' 장 토드 국제자동차연맹 회장 인터뷰 "모터스포츠는 도로 위 거대한 연구소"
장 토드 국제자동차연맹(FIA) 회장(71·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한국 기업들이 모터스포츠에 적극 참여해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FIA는 포뮬러원(F1)과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등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를 개최하는 자동차 관련 세계 최고 결정기관이다. 토드 회장은 지난 17일 개막한 ‘2017 FIA 아시아-태평양 스포츠 총회’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 업계의 역량과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모터스포츠 부문 발전은 더디다”고 지적했다. 토드 회장은 “아시아에선 일본과 중국이 모터스포츠 부문 강자로 F1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많은 레이싱팀을 배출했고 F1을 비롯해 투어링카 등 다양한 레이싱 부문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10년 처음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개최했지만 재정 문제로 인해 2013년을 끝으로 중단했다. 토드 회장은 “좋은 서킷을 갖췄음에도 F1을 중단해 안타깝다”며 “하지만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WRC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며, 한국 곳곳에서 CJ슈퍼레이스 등 다양한 대회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터스포츠는 도로 위의 거대한 연구소와 같다”고 강조했다. 토드 회장은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전기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E’를 예로 들었다. 그는 “배터리 기술 한계로 현재 한 명의 드라이버가 두 대의 레이싱카를 갈아타며 달려야 하지만 2년 뒤에는 한 경주에 한 대만 사용하도록 규정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기차의 주행거리 연장과 배터리 기술 발전이 촉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드 회장은 “포뮬러 E를 도심에서 개최해 전기차의 경쟁력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모터스포츠는 새로운 기술과 차량의 대중화에 첨병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기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일반 도로에서는 사고를 줄이고 편의성이 향상될 것”이라며 “하지만 모터스포츠에서는 드라이버가 없는 자율주행차 경주에 팬들이 열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토드 회장은 이날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와 교통안전캠페인 공동 추진 업무 협약을 맺었다. 토드 회장은 손관수 KARA 회장,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이해열 SK T맵 본부장,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대표 등과 유엔, FIA가 진행하는 글로벌 캠페인 ‘액션 포 로드 세이프티’를 한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이 캠페인은 연간 교통사고 피해자 10%(500만명) 줄이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선 T맵과 연계해 운전자들의 습관을 파악하고 안전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토드 회장은 “모터스포츠도 안전 규정을 준수해야만 성공적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다”며 “안전 운전 의식 향상은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1966년 WRC의 보조드라이버로 모터스포츠계에 데뷔한 토드 회장은 1981년부터 경영 쪽으로 경력을 쌓아왔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푸조에서 디렉터를 맡은 그는 1994년부터 ‘페라리맨’으로 일했다. 페라리의 최고경영자(CEO)와 F1 스쿠데리아 페라리팀 감독 등을 지낸 뒤 2009년 FIA 회장으로 부임했다. 지난해에는 홍콩 배우 량쯔충(양자경·55)과 12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