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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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해 말 주식과 연계된 자산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투자 지역과 무관하게 플러스 수익을 내는 상황이다. 올 1분기가 채 지나지도 않았음에도 해외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11일 기준)은 4.77%에 달한다. 기존 투자자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이지만 새로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고민스러울 수 있는 환경이다.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중국 ‘비중 확대’

[해외 주식형 펀드] 훈풍 부는 글로벌 증시…2분기, 인도·중국 펀드 '주목'
올 들어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 순위를 보면 앞자리를 신흥국 펀드가 차지하고 있다. 세계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구리, 아연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신흥국은 원자재 의존도가 커 원자재 가격이 좋은 시점에 증시가 오르는 특징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의 랠리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주가가 올랐다고 하지만 선진국 증시에 비해선 거품이 적다는 얘기다. 잠재력 면에서도 선진국에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상장사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주가 상승에도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브라질 펀드다. 국내에 설정된 상품의 수익률이 평균 10.99%에 달한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75% 인하한 데다 테메르 정부의 정책 기대가 증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는 설명이다. 인도 펀드(8.60%) 역시 브라질 펀드 못지않은 성과를 냈다. 화폐 개혁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인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복병은 이달 말로 예상된 미국 금리 인상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타이밍을 전후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일시적으로 숨고르기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새 투자처를 찾고 있다면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를 확인할 것을 권하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관련 상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올해 양회에서 강력한 구조조정과 인프라 확대가 강조된다면 경기민감주들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 비철금속 등의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물론 외국인들이 중국A주를 꾸준히 매수 중”이라며 “다른 신흥국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아 저가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더 간다’ vs 일본·유럽 ‘글쎄’

올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그만큼 글로벌 경기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 같은 경기회복세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감세, 인프라 투자 등 각종 정책 기대감이 부각돼 미국 다우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 모두 올 들어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덕분에 북미펀드 수익률 역시 4.87%로 선진국펀드 가운데 1위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현재 2.3%까지 상승해 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고용, 임금상승, 소비개선 등에 힘입어 각종 경기지표들이 미국 경기가 회복에서 호황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실적 개선보다 증시가 빠른 속도로 올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을 지적한다. 백 연구원은 “과거 경기 및 실적 개선 시기의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때 현재 증시가 과열양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업종별 차별화가 뚜렷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주가 수준은 높아졌지만 이익 안정성이 높거나 정책 기대감이 유지될 수 있는 금융, 소비주 업종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펀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의 선거 일정 등 각종 정치적 이벤트가 시장 변동성을 높여 단기간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펀드에 대한 기대도 낮다. 추가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데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부각되면 일본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닛케이225지수의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은 18.6배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경기 불확실성과 엔화 강세에 따른 이익 개선세도 주춤해 박스권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