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임금 양극화'] 대졸초임 4350만원vs2490만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졸 신입사원의 첫해 연봉이 4000만원 이상인 기업은 초임을 낮춰야 한다고 권고한 것은 대기업 정규직 초임이 지나치게 높아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은 신입사원을 더 많이 뽑지 못하고, 중소기업은 취업준비생에게 외면받아 청년 취업난만 가중되고 있다는 게 경총의 분석이다.

지난해 정액급여, 정기상여, 변동상여 등을 포함한 임금총액 기준 대기업(300명 이상) 정규직 대졸 초임 평균은 4350만원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300명 미만) 정규직 대졸 초임 2490만원과 비교하면 74.7% 많았다.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 초임 격차(1860만원)는 2015년(1543만원)보다 되레 317만원 더 늘어났다.

대기업 정규직 초임(4350만원)은 같은 대기업 기간제 대졸 초임 2573만원과 비교해도 69.1% 높았다. 중소기업의 기간제 대졸 초임(2223만원), 영세기업(5명 미만)의 정규직 대졸 초임(2032만원), 영세기업 기간제 대졸 초임(1697만원) 등과 비교하면 대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은 각각 95.7%, 114.1%, 156.3% 많았다.

경총은 임금 인상 여력이 큰 기업은 초임을 줄여 그 돈으로 신규 채용을 늘리거나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대기업 대졸 초임이 워낙 높다 보니 대학 졸업생 대부분이 대기업에 취직하길 원한다”며 “이는 고용 문제뿐 아니라 학력 인플레이션, 임금 격차에 따른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초과근로를 축소해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업이 지급하고 있는 연장·야간·휴일수당 등 초과근로 급여는 25조7000억원(2015년 기준)에 달한다. 대기업들은 초임 삭감 주장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글로벌 경쟁을 위해 석·박사급 인력을 많이 채용하는 대기업의 초임을 중소기업 또는 영세기업과 비교하는 건 곤란하다”며 “외국 기업과 경쟁하는 대기업이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