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의 육용 오리 농가에서 또 다른 변종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올겨울 창궐한 것과 다른 유형인 데다 잠복 기간도 길어 소강상태인 고병원성 AI가 다시 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6일 시행한 전남 지역 가금류 일제검사 과정에서 H5형 AI 바이러스가 확인돼 8800마리를 살처분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에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강진 농장은 21일 AI가 발생한 해남 육용 오리 농장에서 17㎞ 떨어진 곳이다. 바이러스 세부 유형과 고병원성 여부는 다음달 1일께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겨울에는 H5N6형 AI가 주로 발생했지만 이달 들어 H5N8형 AI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김제 산란계 농가(4일)와 해남 육용 오리 농가(21일), 청양 산란계 농가(22일), 고창 육용 오리 농가(24일) 등 네 곳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가 H5N8형이었다. 이 기간에 H5N6형 AI가 발생한 농가는 없다.

이번 H5N8형 AI는 2014~2016년 대유행한 바이러스와도 다른 변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남 농가에서 분리된 H5N8형 바이러스는 경기 안성천 야생조류와 충남 서산 청둥오리에서 분리한 바이러스형과 상동성이 99%에 달했다. H5N8형 AI는 잠복기가 최대 21일이다. 3~7일로 잠복기가 짧은 H5N6형과 달리 감염 증상이 늦게 나타나고 증상도 약한 것이 특징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번 H5N8형 AI는 올초 인도와 러시아, 몽골, 중국,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유행한 AI 바이러스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강진에 이어 국내 최대 육계 가공업체 하림이 직영하는 전북 익산의 육용종계 농장에서도 이날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 농장은 하림그룹 계열 농업회사법인 에이치비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방역 당국은 이 농장에서 키우던 육용종계 6만50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하림은 이번에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육용종계 농장을 비롯해 익산 지역에서만 10곳의 위탁종계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