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가계소득 7년 만에 줄었다…소비 지출도 사상 첫 '뒷걸음'
경기 부진으로 지난해 가계의 월평균 실질 소득이 7년 만에 줄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계가 늘면서 평균 소비성향(가처분소득 대비 소비 비율)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전국 2인 가구 이상)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관련 통계를 처음 작성한 2003년 이래 0%대로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은 1년 전보다 0.4%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1.5%) 이후 처음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회복 지연,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근로소득 증가율은 1.0%로 전년(1.6%)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가계의 월평균 소비 지출은 255만원으로 전년보다 0.5% 줄었다. 사상 첫 감소다. 실질 소비 지출은 1.5% 줄었다. 감소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기재부는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구입비용이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종료로 지난해 줄었고 유가 하락으로 교통과 주거 관련 비용도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 소득이 줄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1.3%), 의류·신발(-2.4%), 오락·문화(0.2%) 등의 분야에서도 지출이 감소했다.

지난해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71.1%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떨어지며 5년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 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에서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가계의 씀씀이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고령화 등으로 노년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가 위축됐고, 저출산으로 육아비용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4.48로 전년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이 배율은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상위 20%) 소득을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높을수록 소득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소득 5분위 배율이 오른 것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 1분위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5.6% 줄었다. 역대 최대폭 감소다. 반면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34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2.1% 늘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