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33억원어치를 녹차 용기에 숨겨 밀반입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로폰 1kg을 밀반입한 일당 5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해 이모씨(67) 등 3명을 구속하고 김모씨(50)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회에 투약하는 필로폰의 양은 보통 0.03g으로 10만원에 거래된다. 피의자들이 밀반입한 필로폰 1kg은 3만3000여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가격은 33억에 이른다.

이씨 등은 이달 초 중국 칭다오에 있는 마약 판매상으로부터 필로폰 1kg을 5500만원에 구매했다. 이를 63g씩 비닐로 포장해 말린 녹찻잎이 들어있는 용기에 숨긴 뒤 국제 우편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려 했다. 이후 동네 선후배 사이로 지내던 김모씨(50)에게 웃돈 1000만원을 받고 넘길 계획이었다. 강한 녹차향 때문에 마약 탐지견이 냄새를 맡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노렸다.

이들은 이달 초 밀반입 수법을 실험하기 위해 샘플 0.3g을 시험적으로 배송받기도 했다. 세관 및 수사당국에 적발되지 않자 1kg을 같은 방법으로 밀반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해 중국의 판매상과 통화했다. 샘플과 본품을 국제 우편으로 받을 때에는 각기 다른 배송지를 적어냈다. 하지만 인천공항 우편물류센터 엑스레이에 덜미가 잡혔다.

이씨는 총책인 자신을 제외하고는 다른 공범들끼리 서로 알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점조직 형태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을 통해 마약 판매상을 소개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필로폰 공급책을 쫓기 위해 인터폴과 공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