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7 삼성QLED TV 첫 공개 행사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CES 2017 삼성QLED TV 첫 공개 행사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화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미국 화학 학회지 JACS에 한국 화학자 연구팀의 최신 논문이 게재됐다. 차세대 나노소재인 퀀텀닷을 고온, 고습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것으로 KAIST 연구팀의 작품이다.

이 논문은 국내외 디스플레이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퀀텀닷의 활용 범위를 대폭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퀀텀닷은 빛이나 전류를 받으면 크기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내는 1~10㎚ 크기의 무기물 소재다.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다양한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색을 만들어낼 수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퀀텀닷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이 잇달아 개발되면서 퀀텀닷의 진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퀀텀닷은 색 재현력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 내구도가 두루 높다. TV 패널을 비롯해 태양전지, 바이오, 조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이유다. 퀀텀닷은 또 돌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무기 물질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구성하는 유기물질보다 오래 갈 수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일찍부터 퀀텀닷의 가치에 주목하고 수년 전부터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왔다. 2015년 극도의 세밀함을 자랑하는 색 재현력, 초고화질 영상 재생에 특화된 프리미엄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TV를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서 온 퀀텀닷 기술

[BIZ Success Story] "신소재 퀀텀닷, QLED까지 '무한 진화'…TV의 미래를 밝히다"
퀀텀닷 기술은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할 때 유리에 납을 넣고 고온으로 가열하는데, 이때 납 화합물이 나노 입자가 되면서 선명한 여러 가지 색을 내게 된다. 나노 기술을 활용한 초기의 퀀텀닷 디스플레이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다. 중세 사람들은 유리 용액에 납이나 화합물을 넣으면 다양하고 강렬하면서도 선명한 색이 나온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원리는 파악하지 못했다. 퀀텀닷의 비밀은 1980년 러시아에서 광통신을 연구하던 화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반도체 소재를 미세하게 쪼개면 크기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다. 이후 퀀텀닷 기술은 짧은 시간 급속히 발전했다.

광통신 기술 연구 과정에서 발견됐지만 본격적으로 퀀텀닷 기술이 상용화된 분야는 TV 패널이다. 퀀텀닷은 색깔을 더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TV가 표현할 수 있는 색의 범위를 훨씬 더 넓혀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카드뮴이 들어가지 않는 퀀텀닷 TV를 개발해 적용 영역이 한층 넓어졌다. 카드뮴은 인체와 환경에 해로운 독성 물질로 삼성은 2015년에 세계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하게 무카드뮴 퀀텀닷을 채택한 퀀텀닷 TV를 출시했다.

발전하는 젊은 기술 퀀텀닷

전문가들은 퀀텀닷 기술의 적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간 지 20~30년밖에 안 된 ‘젊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발전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퀀텀닷은 이미 TV 패널의 핵심 원천기술이지만 그 활용 분야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명과 태양전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퀀텀닷을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개발된 퀀텀닷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은 여전히 TV다.

퀀텀닷 기술의 정점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공개한 ‘삼성 QLED TV’다. 여기에는 최신 퀀텀닷 기술이 집약됐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TV 기술을 이끌 기술로 QLED TV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QLED TV를 발표하며 TV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며 화질 경쟁은 더 이상 무의미 하다고 강조했다. 초고화질 시청 경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HDR(High Dynamic Range) 구현에 최적화된 제품이 QLED TV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퀀텀닷 입자에 새로운 메탈 코팅 기술을 적용해 화질 수준을 대폭 높인 것이 삼성 QLED TV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콘텐츠 제작 기준인 DCI-P3 색 영역을 정확하게 구현할 뿐만 아니라 이보다 더 세밀한 기준인 컬러 볼륨까지 세계 최초로 100% 구현했다. 컬러 볼륨은 밝기에 따른 미세한 색 차이를 표현하는 능력이다. 이른바 메탈 퀀텀닷 기술로 기존 2차원 색 좌표에서는 구분하기 힘들었던 차이까지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삼성 QLED TV는 입체감이 살아있는 풍부한 색을 표현하면서도 최고 밝기가 1500~2000니트(nits: 1니트는 촛불 하나의 밝기)에 이르러 자연에 보다 더 가까운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색 표현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밝기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는 상식마저 넘어섰다. 기존보다 더 깊은 블랙을 표현할 수 있고 TV 시청 시 주변 조명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밝거나 어두운 어떤 장면에서도 화면의 섬세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퀀텀닷에 최적화된 패널 구조로 어느 위치에서나 색의 왜곡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넓은 시야각도 구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