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가짜 웅담을 국내로 몰래 들여와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을 통해 북한산 가짜 웅담을 국내로 밀수입한 이들을 적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돼지 쓸개‘를 웅담인 줄 알고 구매한 이들도 처벌된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북한 나진시에서 중국으로 반입한 북한산 가짜 웅담 ‘조선곰열’을 국내에 밀수입해 판매한 중국 동포 이모씨(32)와 홍모씨(26) 2명을 약사법, 야생생물보호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가짜 웅담을 구매한 임모씨(48)와 류모씨(36)도 같은 혐의로 붙잡았다.

이씨는 2013년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간 뒤 나진시에서 ‘조선곰열’ 600개를 개당(1g) 8위안(약 1130원)에 구입했다. 이를 중국으로 밀반입해 현지 중개업자들에게 500개를 판매하고 남은 가짜 웅담을 지난해 몰래 국내로 들여왔다. 이씨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조선곰열 100개를 가방 속에 숨겨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류씨는 중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 ‘위챗’에 북한산 웅담을 판매한다는 광고를 올려 조선곰열 총 50개를 25만원(개당 5000원)에 팔았다. 이들은 북한에 직접 가서 들여온 진품 웅담을 판매한다고 강조하기 위해 북한 입국 도장이 찍힌 여권 사진을 광고에 게시했다. 지인에게 손님을 가장한 댓글을 달도록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판매한 건 가짜 웅담이었다. 경찰이 이들에게 압수한 조선곰열 96개를 국립과학수사연수원에 맡겨 감정한 결과 웅담의 고유 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린산’이 전혀 없는 돼지쓸개(저담)로 확인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도 조선곰열이 돼지 쓸개인 줄 모른 채 밀반입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북한산 가짜 웅담을 중국을 통해 국내로 밀수입해 판매한 사례를 적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판매한 조선곰열의 포장지에는 ‘MADE IN DPR KOREA’라고 적혀 있다. 북한은 외화벌이 수단으로 해외 북한식당 등에서 웅담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곰은 국제적 멸종 위기종으로 수입·수출이 제한된다. 곰 쓸개는 판매나 알선은 물론 진열만 해도 처벌된다. 산 사람들도 처벌된다. 구매자들은 불법 밀수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직접 복용하거나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조선곰열을 구입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중국의 있는 가족과 연락한 내용을 보면 북한산 웅담 수천개를 추가로 밀반입할 계획을 세운 정황이 있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추가 사례에 대한 단속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