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짓돈' 된 유치원 보조금, 명품가방·자녀 학비로 '펑펑'
민간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 가운데 정부 지원금으로 명품 가방을 사거나 노래방에 가는 등 ‘나랏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과 보건복지부, 교육부는 9개 광역시·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95곳을 점검한 결과 91곳에서 609건의 재정운영 위반 사례(부당사용금액 205억원)를 적발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상당수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금을 기관을 운영하는 데 쓰는 대신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했다. A유치원은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 1억원으로 두 아들의 대학등록금과 연기학원 수업료(3900만원)를 내고, 25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래방 비용(874회·3000만원)도 유치원 비용 증빙서류로 첨부해 제출했다. B유치원은 주점에서 마신 술값 150만원을 유치원 비용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가족을 동원해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교구나 교재, 식재료를 일괄 구매하면서 시중보다 고가로 계약해 부당이익을 챙기는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정부에서 받은 보조금을 가족 해외여행 경비로 쓴 유치원도 있었다. 일부 유치원은 학부모가 낸 급식비로 교직원의 급·간식비까지 충당했다. 추진단은 이 같은 위반 행위가 급식비 상승과 부실 급식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진단은 이번 조사로 적발된 8개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해 수사 의뢰 및 고발 조치를 하고, 이들 유치원과 거래한 탈루 의심 업체 19개는 세무서에 통보했다.

2013년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정부가 민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지급하는 지원금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3년 11조1162억원이던 영·유아 재정지원금은 지난해 12조4360억원으로 3년 새 11.8% 증가했다.

정부는 앞으로 유치원·어린이집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세입·세출 규모를 △정부지원금 △정부보조금 △부모부담금 등으로 세분화해 운영자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명확히 하도록 재무회계규칙을 개선하기로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