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욱 AG클리닉 원장(오른쪽)이 호르몬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AG클리닉 제공
권용욱 AG클리닉 원장(오른쪽)이 호르몬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AG클리닉 제공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복부 비만으로 배가 나와 몸이 거미를 닮아갑니다. 노화로 부족해진 성장호르몬을 보충하면 단백질 합성을 통해 근육을 불리고 내장 비만으로 축적된 지방을 분해해 젊었을 때의 체형으로 돌아갈 수 있죠. 성호르몬 분비도 촉진돼 성욕이 돌아오고 성 기능도 좋아집니다.”

권용욱 AG클리닉 원장은 성장호르몬을 통한 항노화치료 분야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임상 경험이 있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2009년에는 대한항노화학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성장호르몬을 주사해 호르몬 균형을 젊은 사람 수준으로 유지시키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권 원장은 “성장호르몬을 보충하면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의욕 상실, 자신감 저하, 불면증, 우울증, 불안감, 초조함 등 심리적 문제도 개선된다”고 말했다. 권 원장에게 성장호르몬 치료와 노화를 막는 원리에 관해 물어봤다.

▷항노화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태반주사, 백옥주사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성장호르몬 요법이야말로 ‘항노화 치료의 원조’다. 실제 임상에 적용한 역사가 더 깊고 효과도 상당 부분 인정받았다.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 치료 시작 1~2주 후부터 숙면을 취하고 피로가 줄어들 수 있다.”

▷성장호르몬을 주사하면 생체 나이를 되돌릴 수 있나.

“성장호르몬은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만 나오는 게 아니라 평생 나온다. 20대를 정점으로 나이가 들수록 성장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데 이걸 보충하면 생체 나이를 젊게 유지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데도 젊은이 못지않은 활력을 유지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성장호르몬 수치가 높은 반면 젊은데도 활력이 떨어지고 늙어 보이는 사람은 성장호르몬 수치가 감소한 경우가 많다.”

▷성장호르몬을 주사하면 체지방 감소 효과도 얻을 수 있나.

“성장호르몬은 지방분해효소를 활성화시켜 중성지방을 분해한다. 콜레스테롤 가운데 몸에 나쁜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몸에 좋은 HDL(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은 늘려줘 동맥경화,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근육이 늘어나면서 운동능력이 향상돼 군살을 빼는 데도 유리하다.”

▷기억력과 면역력도 증진된다는 데 근거는 뭔가.

“성장호르몬은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 농도를 높여 정보 이동과 신체 반응 속도를 올리기 때문에 단기 기억력이 좋아진다. 면역력이 강해지는 것은 성장호르몬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성장호르몬이 암 발생 초기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 생성을 촉진해 암 발병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외모 개선에는 어떤 도움을 주나.

“성장호르몬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피부를 두껍게 하는데 잔주름이나 피부 처짐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잘 빠지는데 성장호르몬 투여로 모발이 다시 두꺼워지고 머리숱이 늘어나는 경우도 종종 관찰된다.”

▷성장호르몬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들린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과다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반드시 의사에게 검사를 받고 상담한 후에 투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장호르몬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근육 증강이나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장기간 과량 투여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 초반에는 전체 환자의 약 15%가 손발이 붓는 부종을 겪는다. 관절 내에 수분이 불어나 가벼운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사라진다. 간혹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투여량을 줄여 해소할 수 있다. 근육통과 두통 등이 아주 드물게 나타나지만 이것도 금방 나아진다.”

▷성장호르몬은 어떤 식으로 보충하나.

“아직 먹는 약은 나와 있지 않고 주사로 투여한다. 주기는 매일 또는 1주일에 한 번으로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얼마 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효과가 1주일가량 지속되는 성장호르몬 주사제가 개발돼 주사 맞는 불편함이 줄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