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증자 급한데…은산분리에 막혀 답답하다"
다음달 문을 여는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심성훈 행장(사진)은 20일 “K뱅크가 제대로 영업하기 위해서는 KT의 증자가 절실하다”며 “증자를 막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심 행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가 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관련 공청회에서 “은산분리가 완화돼야 제2금융권으로 밀려난 4~6등급 중(中)신용자에게 연 10% 미만의 중금리 대출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KT가 주도해 설립한 K뱅크는 다음달 문을 열자마자 개점휴업 상태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은행 설립을 위한 초기 자본금 2500억원을 시스템 구축 등에 쓰고 남은 자금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은행법은 KT와 같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의결권 기준)로 제한해 KT의 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공청회에서도 여전히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 행장은 이에 대해 “KT의 대주주는 국민연금(지분율 10.47%)”이라며 “KT는 오너가 있는 재벌회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은산분리는 ‘금과옥조’가 아니다”며 “핀테크 시대에 맞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 행장은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K뱅크의 사업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KT가 3년간 2000억~3000억원을 증자해 금융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기존 은행보다 예금 금리를 높이고 대출 금리는 낮출 것”이라고 했다.

심 행장은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는 “간편송금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