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계속 유지하는 대안으로 대한상의와 중기중앙회를 대상으로 ‘의무고발요청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전속고발권은 계속해 갖되 두 경제단체에 의무고발 요청권을 주고 공정위는 이를 행정적으로 독점 관리해가겠다는 것이다. 전속고발권 폐지가 잇달아 공약으로 나오고 관련 법개정안까지 발의되자 그런 압박에 굴한 채 ‘업무영역 고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공정위가 보는 대로 안전장치도 없이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무수한 소위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소액주주, 심지어 경쟁사업자에까지 묻지마식 고발권이 남용될 때의 대혼란은 예상되고도 남는다. 그 점에서 자칭 대선주자들의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은 ‘고발 공화국’으로 만들자는 포퓰리즘 공약이 명백하다.

문제는 경제단체를 앞세워 놓고 공정위는 뒤에서 행정절차와 실제 고발업무를 그대로 독점해가겠다는 발상이다. 더구나 두 단체는 순수한 민간 이익단체도 아니다. 국가의 위탁업무도 수행하기 때문에 정부가 산하기관 정도로 여기는 특수한 단체다.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위의 입김과 눈짓에 따라 고발업무 자체가 왔다갔다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정치권의 압력이 커졌다고 경제단체로 고발창구를 슬쩍 열고 법적 통로는 계속 장악하겠다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전문성 있는 국가기관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다. 민간의 의무고발제는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경제단체의 요청이 오면 의무적으로 고발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바로 검찰로 가게 할 일이지 공정위를 굳이 거치게 할 이유가 무엇인가. 두 경제단체들은 법적인 지위나 성격도 다르다.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의 문제점과 노림수는 새삼 언급할 것도 못 된다. 전속고발권 폐지가 부당하다면 공정위는 당당히 정공법으로 설파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공정거래법에 따른 고발은 최소화돼야 하고, 고도의 법적·전문적 지식에 기반한 객관적 판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