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연구원이 경기 판교 R&I센터에서 파운데이션 쿠션으로 신제품을 시험하고 있다. 코스맥스 제공
코스맥스 연구원이 경기 판교 R&I센터에서 파운데이션 쿠션으로 신제품을 시험하고 있다. 코스맥스 제공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이 2004년 중국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자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중국 여성들이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확신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중국 여성들도 외모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판단이었다.

이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남들보다 먼저 중국 시장에 뛰어든 코스맥스는 현지에서만 연간 5억개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코스맥스는 중국 사업 호조 덕분에 지난해 그룹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매출 고공행진

'중국 한한령'에도 매출 1조 돌파한 코스맥스그룹
코스맥스는 지난해 그룹 매출이 전년(8087억원)보다 36% 늘어난 1조1034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립 24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맞선 중국 정부가 화장품은 물론 방송 식품 등 한국산 제품 수입을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이 확산된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주목받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기업 코스맥스, 건강기능식품 ODM기업 뉴트리바이오텍 등 1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세계 1위 화장품 ODM 기업인 코스맥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42% 증가한 7570억원(연결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526억원으로 46.4% 확대됐다. 그룹 지주회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의 매출은 33.5% 늘어난 2669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02억원으로 79% 증가했다.

◆중국에서 고속 성장

코스맥스의 핵심사업인 화장품 ODM 사업은 국내외에서 고루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 악조건에서도 전년보다 35.7% 늘어난 50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스맥스는 2003년부터 대형 화장품 회사는 물론 미샤 페이스샵 등 저가 화장품 브랜드숍과 거래 관계를 맺어왔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패션 및 제약기업들이 속속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면서 신규 거래업체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중국 사업의 성장도 눈에 띈다. 코스맥스는 중국에서 2839억원을 벌어들이며 전년 대비 32% 확대된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코스맥스는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 색조 전용 공장을 완공하면서 중국에서만 연간 5억5000개 생산체제를 갖췄다. 국내 생산 능력(연산 3억5000개)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코스맥스가 지난해 100여개국에 공급한 화장품 수는 6억개였다. 세계 인구 13명 중 1명꼴로 코스맥스산(産) 화장품을 사용한 셈이다. 코스맥스와 거래하는 화장품 브랜드는 600개를 넘어섰다.

◆연간 10억개 생산 규모 갖춰

뉴트리바이오텍의 지난해 매출은 1325억원으로 37.3% 증가했다. 뉴트리바이오텍은 코스맥스그룹이 건강기능식품 ODM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인수한 회사다.

코스맥스는 올해도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신규 색조 공장 가동이 시작됐고, 미국에서 대규모 신규 물량을 본격 생산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코스맥스는 한국은 물론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연간 10억개 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화장품 ODM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다.

이 회장은 “작년에는 1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고객사에 신제품 수출을 본격화한 해였다”며 “올해 중국법인의 지속적 성장은 물론 미국 공장의 본격 가동으로 세계 1위 화장품 ODM업체의 입지를 굳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