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발(發) 규제 폭탄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특검 수사 등으로 대응 여력이 떨어진 틈을 타 대기업을 옥죄는 각종 법안과 규제가 국회에서 대거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계가 2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법안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상법 개정안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재계와 경제단체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 중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주로 적용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를 시행하면 기업 이사진 절반이 투기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상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기업 이사회는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SK, LG, GS 등 지주사 체제 그룹은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도이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국가는 칠레 러시아 멕시코 등 3개국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직접적 피해액 외에 과도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 활동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와 기업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발권 남용으로 소송이 급증해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단체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소송 남발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고위 임원은 “가뜩이나 기업하기 어려운 한국에서 기업을 옥죄는 규제 법안이 무더기로 통과될까 봐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호소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