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등 물가상승 압력 커져…스태그플레이션 배제 못한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가운데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제는 불황인데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년간 지속되던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마감되고 ‘저성장-고물가’ 기조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는 2015년 4분기부터 5분기째 0%대 성장을 지속했지만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0%로 4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점을 우려했다. 지난해 초 배럴당 20달러 후반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최근 50달러 중반 수준까지 올랐다. 주요 전망 기관은 국제 유가가 올해 말 50달러 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옥수수 밀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대체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도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나 최종 수입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밀어올린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은 변동성이 높지만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2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2.7%)보다 낮은 2.3% 선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내수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와 투자 등 실물부문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어려워져 통화정책이 크게 제약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