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4분기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부진과 판매보증금충당금 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는 현대차가 올 1분기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현대차, 내수 부진에 '주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5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날에는 기아자동차의 실적이 공개된다.

증권업계가 예상하는 현대차의 4분기 실적은 매출 24조8170억원과 영업이익 1조4480억원이다. 이는 2015년 동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0.2% 증가, 영업이익은 4.4%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는 2015년 4분기 매출 24조7640억원과 영업이익 1조5150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뒷걸음질친 원인은 부진한 내수판매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2015년(71만4121대)보다 7.8% 감소한 65만8642대를 파는데 그쳤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면서 판매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기간 지속된 파업과 원·달러 환율 하락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4분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2.0% 가량 하락했다. 또 판매보증금충당금 전입액을 계산하는 기말에 환율이 오르면서 비용 지출이 커졌다. 판매보증금충당금은 차량을 판매할 때 발생하는 무료 정비 등의 비용을 마련해둔 것이다.

다만 업계는 현대차가 올 1분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형 그랜저와 기말 상승한 원·달러 환율 효과가 기대되서다. 뿐만 아니라 쏘나타 부분 변경 모델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신형 그랜저 등 긍정적 요인들이 온전히 반영될 것"이라며 "내수판매도 연간 3%대 증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 기아차, 4분기 실적 개선은 기저효과

기아차는 4분기 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이는 2015년에 발생한 기저효과라는 지적이다.

기아차의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13조4830억원과 영업이익 5920억원이다. 이는 2015년 동기 대비 각각 5.4%, 15.1%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기아차는 2015년 4분기에 매출 12조7910억원과 영업이익 5140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해 2, 3분기 기록한 영업이익(6500억원·6770억원)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이정훈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기저효과로 이익 개선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따른 멕시코 공장 우려 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기아차가 의미 있는 실적 개선세를 보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수 시장 수요가 올해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세울 만한 신차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미국과 유럽 지역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주요 지역의 수요 부진은 비용 상승과 실적 부진으로 연결된다"며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대규모 일회성 비용 발생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17일 올 뉴 모닝을 선보인 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 첫 스포츠세단 스팅어 등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