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 이런 중국이 리더 되겠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다보스포럼 개막 연설에 눈길이 간다. 시 주석은 보호무역을 반대하며 세계화와 개방경제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경제 세계화를 열 차례 넘게 언급했다고 한다.

어리둥절하다. 자국 우선주의라면 중국을 따라갈 나라가 없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당장 주중 독일대사관은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보호무역주의 정책 때문에 힘겨워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를 향해 “말한 대로 실천하라”는 반박성 성명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중국은 세계화의 수호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논평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중국

한국으로선 더욱 그렇다. 지금 중국은 대놓고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는 중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불만을 한류금지령, 제주항공 등의 전세기 취항 금지,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대한 보조금 금지, 한국산 화장품 수입규제 등으로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정까지 체결한 나라다. 발효된 지 겨우 1년을 넘어 잉크도 안 마른 한·중 FTA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한편에선 정치를 경제에 끌어들여 위협하면서 다른 편에선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주장하며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15년이 됐지만 시장경제지위국을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헛짚은 친중노선의 결말을 지금 뼈아프게 체감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한국의 사드가 자국을 정찰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한반도 서쪽 바다에 첨단 정보수집함을 띄워 우리 군과 주한미군,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을 정찰하고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도·감청까지 한다는 정도다. 바다에서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사드인 셈이다. 자신과 남에 대한 잣대가 너무 다르다. 이래 갖고 미국·유럽 중심의 국제질서를 대신하겠다는 소위 차이나 리더십이 어떻게 통하겠는가.

문제는 한국 정치다

최근 미국으로 트럼프 당선자 측을 찾아간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새 정부 인사 한 사람 못 만나고 빈 손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정부에 줄이 없어 쩔쩔 매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최순실 특검은 트럼프가 초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국까지 막았다고 한다. 대중외교는 헛발질을 하고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 역시 여의치 않다.

문제는 우리 정치다. 사드는 명백한 우리의 자위권이건만 국회의원들은 중국의 눈도장을 받으려는 듯 잇따라 중국에 들어가 그들의 일방적인 반대 주장만 듣고 와 전파한다. 자칭 타칭 잠룡들은 미국과의 공조를 깨고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에 넘기자는 등 중국의 눈치를 보며 정부를 흔들어 댄다.

광장에 갇힌 정치가 국가를 더 큰 위기로 몰아간다. 실패한 친중노선을 붙든 채 반일에 반미 깃발까지 치켜세울 태세다. 특검은 광풍을 따라 기업인을 범죄자로 만들려 하고 있다. 잠룡들은 경제민주화 확대를 주장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보수는 자신이 진짜라고 빈말을 한다. 누구도 검증된 바 없다. 남 탓만 할 뿐 제 탓이라고 말하지 않는정치다. 누가 누구를 탓하는 것인가.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