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 혈세 들여 살려놨더니…대우조선 또 분식회계 리스크
대우조선해양이 검찰, 국세청, 금융당국 등의 수사와 조사가 겹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 국책은행 지원으로 기사회생했지만 ‘분식회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최고경영자(CEO)를 공개 소환하면서 해외 수주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정 사장은 ‘영업손실 축소 등 회계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 검찰에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5월 취임한 정 사장은 그해 결산 과정에서 1200억원대 영업손실을 축소·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자본잠식률 50%를 초과하지 않으려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5년 말 대우조선의 자본잠식률은 45.6%를 기록해 관리종목 지정을 피했다.

조선업계는 대우조선이 대규모 수주를 앞둔 시점에 이런 사건이 터져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중국 일본 경쟁사들이 정 사장의 소환 사실을 활용해 수주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뒤집으려 하고 있어서다.

대우조선 측은 이날 정 사장의 소환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유동성이 부족해 하루빨리 수주를 따내지 않으면 생존이 쉽지 않다”며 “경영진의 소환 사실이 공개돼 네다섯 건의 국제 입찰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 관계자도 “누가 처벌을 받든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는 것만이 국민 혈세가 추가로 투입되는 것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로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이 구속기소됐고 지난해 9월 국회에선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지난해 10월부터는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릴 전망이다.

안대규/박한신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