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논어를 대하는 태도
논어는 공자의 어록이다. 엄밀히 말하면 공자 제자들이나 그 제자의 제자들이 편집한 어록이다. 20여편이 전해지며, 편찬 시기는 여러 논란이 있으나 전국시대(기원전 403~221년) 중기에 편찬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漢)나라 때 논어는 지식인의 필수 서책이었다. 송(宋)나라 때 주희에 의해서 ‘4서(書)’ 중 제일 먼저 나오는 책으로 일컬어졌고 원(元)나라 때는 과거시험 교재로 채택됐다. 근대 중국 문화혁명시기(1966~1976년)에는 공산당에 의해 철저히 배척당하기도 했다.

논어가 한국에 전해진 시기는 삼국시대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인재를 선발할 때도 사용됐다. 조선시대 때는 4서를 중요시하는 주자학이 사상·문화의 중심 이념으로 등장함에 따라 핵심인 논어를 벽촌 어린이까지 배우게 됐다. 이런 바탕이 우리 국민 도덕사상 형성의 기본이 됐다.

오랜 시대와 각 나라를 거치는 동안 논어는 때로 지식인의 필수품, 관료 선발의 모범 시험교재, 버려야 하는 쓸모없는 말씀들, 임금과 고관들의 토론 주제, 국민의 도덕 교과서 등 수많은 용도로 활용됐다. 논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용도만큼이나 서로 달랐을 것이다.

논어를 일본에 전한 사람은 백제 학자 왕인이라고 알려졌다. 한국보다 늦었지만 일본은 중국과 인도 사상을 세밀하게 분석해 일본에 친숙하도록 바꿔 나갔다. 《논어와 주판》의 저자인 시부자와 에이치가 논어를 대하는 태도를 보자. “공자를 논할 때는 공자의 정신을 잘 살펴야만 하지 않을까요? 종이 뒷면을 뚫을 정도로 사리의 깊은 뜻을 헤아리는 안목이 없으면 피상적으로만 이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올바른 처세의 도를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논어를 숙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논어를 대하는 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은 김형천 교수의 《논어》라는 책 머리글에서 인용했다. “논어는 그냥 논어를 읽어야 한다. 그냥 읽으면서 공자를 만나면 된다. 꼭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도 없다.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좋다. 그저 틈날 때 펼쳐 보며 ‘성인이 한 말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지나치면 된다. 그러다가 순간순간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을 만났을 때, 한 번 미소 지으면 그만이다.” 나는 이 말을 보고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논어는 어떤 의미이고 우리는 어떤 태도로 논어를 대할까.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태도가 있지 않을까.

유영희 < 유도그룹 회장 cmyu@yudoho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