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전 건설은 선택 아닌 필수다
원전은 전 세계에서 총 449기가 운전 중이다. 2기는 정지된 상태이고 60기가 건설 중이다. 원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미국으로 총 103기의 원전을 운영하거나 건설 중이다. 프랑스(59기), 중국(56기), 일본(46기), 러시아(43기), 한국(28기)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원전은 강대국들의 전유물로, 성능이나 안전성이 개량된 제3세대 원전 상용화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제3세대 원전인 신고리 3호기를 최근 준공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선형 한국표준형 원전(OPR1000)의 뒤를 잇는 신고리 3호기는 1992년 정부의 G-7 과제로 개발이 추진돼 국내 최초로 건설되는 설비용량 1400메가와트(㎿)급 신형경수로1400(APR1400) 원전이다. 이 원전은 내진 성능과 사고대처능력 및 사고 영향 최소화 기법을 적용해 안전성을 크게 개선했다. 설계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늘리고, 건물 및 설비를 최적화함으로써 경제성도 크게 향상시켰다.

원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첫 번째는 에너지 안보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값싼 양질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에너지원은 원자력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1027억달러로 총수입액(4400억달러)의 약 23%에 달하며, 이 중 석유·천연가스·석탄 수입액이 99% 이상을 차지하고 원자력 연료인 우라늄은 약 0.9%에 불과하다. 에너지 수입액 1027억달러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629억달러)와 자동차(457억달러)를 합친 금액인 1086억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원자력은 불안정한 유가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준국산 에너지로서 에너지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운영을 중단했던 일본도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및 석탄 수입액 증가로 경제 여건이 악화되자 다시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며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2%로 늘리겠다고 국가 에너지 계획을 수정했다.

두 번째는 국가 경제 발전이다. 원자력은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돼 왔다. 1982년 이후 지금까지 소비자물가는 273% 상승했으나, 전기요금은 불과 49%만 올랐을 뿐이다. 경제적인 원전 설비의 지속적 건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원전산업 전체적으로 약 36조2000억원의 생산유발과 연인원 9만2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은 최근 조선산업 부진으로 침체된 동남권의 산업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효과는 쏘나타 승용차 100만대, 30만t급 유조선 180척을 수출한 금액과 맞먹는다. 신고리 3호기 준공은 한국형 원전에 대한 브랜드력 제고 효과로 이어져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원전 건설은 선택이 아니다. 에너지 안보나 경제 발전 측면에서 필수일 수밖에 없다. 과학적인 근거나 현실적인 대안 없이 막연한 불안만 조성해 국익을 갉아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성숙한 결정은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건설하되 더욱더 안전하게 짓는 것이 아닐까 한다.

김시환 < 한양대 특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