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환경상품협정 불발…힘빠진 기후변화체제
무관세·5%이내 관세 부과
품목 확정놓고 이견 못좁혀
파리기후협약 공조 흔들
중국 태양광 공급과잉에 지금도 우려 목소리 높아
트럼프 '화석연료 확대' 공약…온실가스 감축 동력 약화
WTO EGA 참가국들은 지난 3~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장관 회의를 열었으나 참가국 간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GA 참여국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17개국이다. 참여국은 애초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결론 도출에 실패하며 연내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EGA는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제품에 무관세 혹은 5% 이내의 관세를 적용하려는 협정이다. 태양광·풍력·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미네랄울·유리섬유 등 단열재, LED(발광다이오드)조명·콘덴싱보일러·고효율 전동기 등 에너지효율 제품 등 300여개 품목이 대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감품목에 대한 참가국 간 입장차가 커서 관세 철폐 대상 리스트를 확정하는 데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컨덴싱보일러 LED조명 온수기 등은 관세 철폐 시 유리하나, 전기류 펌프류 등은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후변화 체제 무용론
이번 회의 전부터 EGA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지금도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저가의 제품을 과잉 생산해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태양광 업체들이 줄도산한 상황이다. 관세까지 철폐하면 중국의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한 유인책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EGA 협상 실패로 기후변화 공조체제가 무기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체제가 변화할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의 환경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유엔에 제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를 줄이겠다는 미국보다도 높은 목표치다. 2062년 이후 국내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없애겠다는 정책도 ‘37% 룰’에 따라 만들어졌다.
트럼프 당선 이후 정부 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이대로 추진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한국의 감축목표는 2020년까지 30%였는데 갑자기 목표치가 상향 조정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기후변화 공조체제에서 이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만 무리하게 이 목표를 지키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정부는 6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할지를 담은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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