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면
한미약품이 시련을 딛고 다시 신발 끈을 고쳐매고 있다.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다. 한미약품은 지난 9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의 표적 항암치료제 계약파기와 공시 지연 등으로 검찰수사와 소송 등에 휘말리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회사 관계자는 “업무 실수에 따른 공시 지연 등 주주들에게 혼선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신약 개발 등 신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동시다발’ 글로벌 신약 임상

한미약품이 일라이릴리에 기술 수출한 면역질환치료제(HM71224)는 최근 글로벌 2상이 시작됐다. 미국 스펙트럼이 개발 중인 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제 ‘에플라페그라스팀’은 글로벌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에플라페그라스팀은 2013년 산업부가 선정한 바이오 분야 우수기업 장관상을 수상한 한미약품의 유망 신약 중 하나다.

스펙트럼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의 임상도 진행 중이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보건복지부 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공동 개발 중인 다중표적 항암신약이다. 스펙트럼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시작했다.

사노피에 기술 수출한 당뇨병 신약 3상은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다. 당초 올 4분기로 예정됐던 퀀텀프로젝트(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은 임상용 의약품 생산 지연 등의 이유로 내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파이프라인 확장

한미약품은 유망 바이오벤처들과의 협력을 통해 R&D 파이프라인을 늘려가고 있다. 2015년 1월 미국 안과전문 벤처기업 알레그로와 2000만달러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알레그로가 개발 중인 망막질환 치료신약 '루미네이트'의 한국 및 중국 시장 개발·판매권을 확보했다. 당뇨, 암 분야에서 안과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벤처 기업인 레퓨젠과도 바이오 신약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두 회사는 인공항체 플랫폼 기술인 ‘리피바디’를 개발해 안과 및 전신질환(항암, 자가면역)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연구를 벌이고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 7월 바이오벤처 창투사인 한미벤처스를 세운 것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미벤처스는 초기단계의 유망신약 후보물질 발굴, 신생 제약·바이오벤처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영역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의약품 관리 자동화 시스템 분야 글로벌 기업인 제이브이엠을 인수했다. 제이브이엠은 병의원 및 약국을 포괄하는 의약품 관리 자동화 시스템 분야의 세계적 강자다.

○“글로벌 신약 개발 중단 없다”

글로벌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은 12년, 성공확률은 0.02%다. 개발 비용만 평균 1조원을 넘는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글로벌 신약 개발 과정은 험난하고 때론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순간들에 직면하기도 한다”면서도 “한미약품은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한미약품은 창조와 혁신의 발상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온 뚝심있는 기업”이라며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비전과 함께 전세계 1400조원에 달하는 의약품 시장에서 새로운 국가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