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도운 일등공신은 중국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많이 늘어난 지역일수록 트럼프의 득표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연구를 수행한 4명의 경제학 교수는 “중국산 수입품 증가율이 50%만 낮았어도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데이비드 오토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데이비드 돈 취리히대 교수, 고든 핸슨 UC샌디에이고 교수, 카베 마즐레시 룬드대 교수 등이 최근 이 같은 논문을 발표했다고 24일 소개했다.

이들은 주(州)보다 작고 시(市)보다 큰 미국의 행정구역인 카운티별로 2000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득표율과 올해 트럼프 당선자의 득표율을 비교했다. 2002년과 2014년 사이 중국산 수입품이 지역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인 수입침투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트럼프 득표율도 부시에 비해 2%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위스콘신주 치페와카운티에선 이 기간 중국 제품의 수입침투율이 2.4%포인트 상승했고, 트럼프의 득표율은 부시보다 8.7%포인트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대선에서 경합주였던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뉴햄프셔, 위스콘신, 미시간 등이 중국 수입품의 영향을 크게 받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경합주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의 득표율 차이가 많게는 3.74%포인트(노스캐롤라이나), 적게는 0.23%포인트(미시간)에 그쳤기 때문에 중국 수입품이 지금처럼 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선거 결과가 뒤바뀔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의 수입 증가율이 지금보다 25% 낮았다면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클린턴이 승리하고, 50% 낮았다면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클린턴이 이겼을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