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60·최서원으로 개명)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씨 최측근 차은택 씨의 ‘광고업체 강탈 시도’와 관련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11일 소환한다. 검찰은 10일 차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직무유기·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을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이날 “권 회장을 11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차씨가 시도한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씨는 포스코 계열이던 포레카를 중소광고회사 컴투게더가 인수하자 김영수 당시 포레카 대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등을 동원해 “지분 80%를 넘기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협박한 혐의(공동강요)를 받고 있다.
검찰, 권오준 11일 소환…대기업 총수론 처음
송 전 원장은 포레카 지분 강탈에 가담한 혐의로 이날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7일 밤 증거인멸 우려 등의 이유로 송 전 원장을 체포해 조사해왔다. 그는 지난해 5월 콘텐츠진흥원이 발주한 사업 일감을 주는 대가로 공사업체로부터 38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차씨는 안 전 수석과 공모해 KT에 자신의 측근인 이모 전무를 취직시키도록 종용하고, KT의 광고대행사로 자신이 실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를 선정하게 한 혐의(직권남용·알선수재)도 받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아프리카픽처스 운영 자금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추가됐다.

특수본은 우 전 수석의 서울 압구정동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과 부인 이모씨의 휴대전화 두 대를 포함한 두 상자 분량의 증거물을 확보했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최씨와 차씨의 국정농단과 각종 비리 의혹을 알면서도 조치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에서 70억원을 받은 뒤 검찰의 롯데 수사 시작 직전 돌려준 것과 관련해 재단 측에 수사정보를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가족회사 ‘정강’ 자금 횡령, 아들 의무경찰 보직특혜 의혹 등으로 이달 6일 소환돼 ‘황제조사’ 논란을 빚은 우 전 수석은 조만간 검찰에 다시 불려나올 전망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대기업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서모 금호아시아나 사장, 최모 포스코 부사장, 김모 부영 사장, 안모 LS 전무 등을 소환해 기금 출연 경위와 배경을 조사했다. 이들은 부정청탁이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재단에 기금을 낸 대기업 총수를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독대 자리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를 조사해야 한다”며 “(실무자 조사에서) 진실과 다른 얘기가 나오면 총수들을 직접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한신/고윤상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