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이른바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된 예산을 줄줄이 삭감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가 144억원을 책정한 코리아에이드사업 예산을 102억원으로 29.2% 삭감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코리아에이드는 개발도상국에서 음식·문화·의료 원조활동을 하는 사업으로 올해 예산은 50억원이었다.

야당은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이 미르재단과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통과시켜야 한다고 맞서 일부만 삭감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일 케이밀(K-meal)사업 예산을 정부 원안(25억5000만원) 대비 80% 삭감한 5억1000만원으로 의결했다. 케이밀사업은 쌀 가공식품을 개도국에 지원하는 사업으로 미르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이화여대와 함께 제품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에서 최순실 예산은 20여개 사업에 걸쳐 5200억원에 달한다”며 “예산 심사 과정에서 반드시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최씨와 관련된 정황이 있는 예산은 대폭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판공비’로 불리는 청와대 특수활동비도 15% 삭감될 전망이다. 운영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는 내년 청와대 특수활동비 예산을 정부가 요구한 146억9200만원에서 22억500만원(15%)을 삭감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전체회의로 넘겼다.

특수활동비는 구체적인 지출 내용 없이 총액만 국회에 보고하면 되지만 업무추진비는 집행 내용을 일일이 보고해야 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