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청년인재 일본기업 채용상담회' 현장. / 최혁 기자
2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청년인재 일본기업 채용상담회' 현장. / 최혁 기자
[ 김봉구 기자 ] 일본의 산업용 기계설비회사 산큐는 지난해 채용한 한국 젊은이 2명을 아직 업무에 투입하지 않았다. 입사한 청년들은 현지에서 1년째 엔지니어링 설계 교육을 받고 있다. 이유를 묻자 산큐 한국연락사무소 시바타 도시하루 소장은 “곧바로 현업에 투입할 인력을 뽑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산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일산업기술페어(FAIR) 2016’ 부대행사로 열린 청년인재 일본기업 채용상담회에 참가, 28일 서울 롯데호텔 3층에 부스를 차렸다. 채용면접을 맡은 시바타 소장은 작년에 입사한 한국 청년들을 평가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성격이 밝고 주변과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라고만 했다.

업무적인 면에선 어떤지 되물었다. “바로 쓸 수 있는 인재는 바로 (회사를) 나간다”는 인상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현업에 곧바로 투입 가능한 인력 육성에 초점을 맞춘 국내 산업체와 대학들의 움직임과는 동떨어진 행보였다.

행사를 주관한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강조하는 일본 기업들의 전반적인 특성”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청년과 일본 기업을 연결하는 자리로 마련된 채용상담회에는 산큐와 미쓰이화학㈜, 니혼덴산(일본전산) 토소쿠 등 30개 업체가 참가했다. 총 30명 내외 정규직을 뽑는데 2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서류전형 등 평가절차를 통과한 120~130명이 이날 최종면접에 임했다.

일본 기업들은 1:1 면접으로 진행된 채용상담에 한 명당 30분 가량 투입해 꼼꼼히 평가했다. 그러나 이것도 모자란 듯했다.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장기근속 문화가 뿌리박힌 일본 기업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미쓰이화학 인사부 요시오카 사토미 채용담당은 “주어진 면접시간에는 기본적인 사항들만 물어볼 수 있었다”면서 “지원자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한 점은 국제 화상통화로 추가 면접을 실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현지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결과가 좋으면 앞으로 더 확대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28일 열린 '청년인재 일본기업 채용상담회'에서 지원자들이 상담할 기업을 찾아보고 있다. / 최혁 기자
28일 열린 '청년인재 일본기업 채용상담회'에서 지원자들이 상담할 기업을 찾아보고 있다. / 최혁 기자
채용상담회는 취업난을 겪는 한국 청년들과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져 호응을 얻었다.

단국대생 이상윤씨(29)는 이날 상담회에서 일본 기업 3곳의 면접을 봤다. 그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고 인턴십도 일본에서 했다. 일본 현지 취업을 우선순위로 두고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취업에 성공하면 일본 이민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대학 시절 홋카이도로 교환학생을 다녀와 일본 체류 경험이 있는 취업준비생 김영준씨(26)도 “국내 기업에도 지원해 봤지만 취업이 어려워 해외로 눈을 돌렸다”면서 “꼭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과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이 공동 주관해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한일산업기술페어는 양국 기업 참여 확대를 통한 비즈니스 교류와 산업협력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2008년 처음 개최돼 올해 9회째를 맞았으며 양국 정부 인사 등 내빈을 비롯해 한일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