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후 한 달] 허탕 친 란파라치 "장비값만 날렸어요"
“신고 포상금으로 한 달에 1000만원을 번다고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었습니다.”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 학원에서 한 달가량 수강한 김모씨(70)는 허탈한 표정이었다.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자 ‘대박 꿈’에 부풀었지만 허탕만 친 탓이다. 파파라치 전문강사와 함께 장례식장 결혼식장 등에 실습까지 나갔지만 ‘한 건’도 올리지 못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인지, 얼마를 내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7일 만난 김씨는 “란파라치 활동을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을 통해 150만원에 산 초소형 몰래카메라를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중고제품 매매상에게 20만원을 받고 팔았다. 시중에서 30만원에 살 수 있는 제품(와이셔츠 단추 모양의 카메라)이었지만 학원 측은 강습비를 붙여 비싼 값에 판매했다. 불법학원이어서 공식적으로 강습료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김씨는 “학원 측의 말에 현혹돼 쉽게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허황된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됐지만 란파라치 활동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란파라치 학원들이 ‘포상금 대박’ 환상을 심어주면서 수강생을 끌어모은 뒤 비싼 값에 몰래카메라를 떠넘겨 초보 파파라치만 먹잇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란파라치 활동은 애초에 손익 계산이 맞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데다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법 위반 등 불법 행위를 저질러 처벌받을 소지도 크기 때문이다.

일부 ‘베테랑’ 파파라치는 본업을 따로 하면서 내부 신고자를 확보하는 등 중장기 계획을 짜놓고 포상금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 13년차 파파라치 조승민 씨(38)는 “흥신소를 겸업하는 파파라치들에게 일부 지방 공무원이 향응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추적에 나선 파파라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란법은 신고포상금에 대해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 규정된 신고포상금은 최대 2억원이지만 실제로는 신고 내용의 공익 증진 효과를 감안해 선별적으로 지급한다. 보상금은 최대 30억원(국고환수액의 4~30%)이지만 신고로 부정한 자금이 국고로 환수됐을 때 준다. 권익위 관계자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상 등 ‘3·5·10룰’을 어겨 과태료를 무는 사례는 공익 증진과 큰 관련성이 없다”며 “포상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권익위가 확보한 내년 신고포상금 예산은 8000만원에 불과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