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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의 논점과 관점] 문재인의 정신승리법

입력 2016-10-25 17:59:14 | 수정 2016-10-26 06:51:28 | 지면정보 2016-10-26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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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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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K씨 ‘영창 발언’ 사건의 전개과정이 너무 비상식적이다. “4성 장군 부인을 아주머니라 불러 영창 갔다”는 말이 논란이 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위가 가려지지 않고 있다. ‘O인지 ×인지’ 한 마디면 될 터인데 그는 말을 빙빙 돌리고만 있다.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덤비냐”며 물러섰다가 “잘못한 게 없어 사과 못 하겠다”고 돌변하는 등 좌충우돌이다. “누구나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지만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주장인지 해독 불가다.

‘내게 진실을 강요말라’는 궤변

사실관계를 밝힐 것을 요구한 국회에도 “각오 단단히 하고 불러라”며 협박하는 듯했다. 그의 이상한 대응은 요즘 유행한다는 ‘정신 승리법’의 관점으로 봐야 이해가능하다. 정신승리법은 억지를 부려서라도 현실을 부정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과도한 자기합리화를 말한다. 중국 작가 루쉰의 소설 ‘아Q정전’에서 유래했다. 아Q는 동네 건달들에게 맞은 뒤 “아들뻘 되는 녀석들과 싸울 수 없어 참은 것일 뿐 내가 승리한 것”이라 우기곤 했다. 거듭되는 그의 ‘셀프 승리’는 이웃들과 끝없는 갈등을 만들어 냈다. 황당하고 역겨운 인간형들의 처세에 루쉰은 정신승리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누군가 정신승리를 마음먹으면 어떤 논쟁도 ‘개싸움’이 되고 만다. 사실관계를 감추고 무조건 부인하는 상대를 설득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소위 ‘개념 연예인’으로 불리는 K씨의 태도에서 보듯 정신승리법은 진보연한다는 사람들의 상투적 수법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대법원의 확정판결마저 부정하고 순교자처럼 행동한 한명숙 전 총리가 잘 보여줬다. “양심의 법정에선 내가 승자”라며 주관적 양심을 진실보다 앞세우는 비이성적 태도로 일관했다. “대법관들이 권력에 굴복했다”고 비난하며 정파적 이익을 위해 법치를 위협한 야권 인사들도 부지기수였다.

확산되는 ‘팩트 경시’ 풍조

‘송민순 회고록’에 대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응에서도 정신승리법이 연상된다. ‘북에 문의했느냐’는 핵심 팩트가 열흘이 지나도록 미확인 상태다. “기억나지 않는다”, “잘 아는 분들에게 물어보라”며 문 전 대표가 사실관계를 미궁으로 몰고 있어서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팩트배제 전략은 더 노골화되고 있다.

이른바 ‘진보진영’의 정신승리법은 개인 차원인 아Q의 그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동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승리 풍조의 확산은 진실의 발견을 점점 더 힘들게 한다. 민주당의 해명이 뒤죽박죽이 된 것도 같은 이치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남북대화를 내통으로 매도”했다고 공격했다. 대화가 있었다는 건 사전협의를 사실상 시인한 꼴이다. 북의 결정에 따른 행동을 남북대화라고 한 것이라면 심히 부적절하다. 집권하면 사드 배치도 북에 물어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냐는 일각의 비아냥을 자초하는 일이다.

문 전 대표가 “사악한 새누리당의 종북몰이”라며 흥분한 것도 자기모순이다. 사전협의가 사실무근이라야 종북몰이라는 주장이 성립되는데, 자신은 정황조차 기억못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루쉰은 아Q를 통해 신해혁명 당시 인간군상들의 봉건성과 혁명의 허구성을 까발렸다. 아편전쟁 청일전쟁 등의 굴욕에도 반성대신 자기도취에 빠져 민생을 외면한 통치계급의 위선을 고발했다. ‘셀프 승리’에 집착한 아Q는 누구로부터도 동정받지 못한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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